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105층 랜드마크 1개 동에서 55층 2개 동으로 건축하려던 현대차그룹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가 105층 랜드마크 계획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GBC 건축 계획의 원안 유지를 바란다는 입장을 현대차그룹에 공문으로 공식 통보하기에 앞서 지난달 유선으로 전달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2월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현대차부지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변경안을 시에 제출했다. 변경안에는 GBC를 105층 랜드마크 1개 동에서 55층 높이 2개 동으로 나눠 짓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는 2014년 사옥 건립을 위해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7만9342㎡를 10조 5500억 원에 매입하고 시와 사전 협상을 거쳐 2016년 105층 건축 계획을 세웠다. 2020년 5월 착공했지만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설계안을 변경했다.
시는 현대차그룹이 층수 변경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는 데 협조하지 않아 원안 유지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사전 협상 제도 하에서는 건축 계획에 맞춰 지구단위계획을 짜야 한다”며 “시에서는 현대차그룹에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보완해달라는 입장을 두 차례 전달했지만 현대차그룹에서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고 말했다.
지구단위계획은 특정 구역의 건축물 높이, 용적률, 기부채납 사항, 기부채납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총망라한 개발 가이드라인이다. 대규모 민간 개발 시 시와 미리 협의하는 사전협상 제도상 설계 변경을 하려면 지구단위계획을 함께 보완해야 하는데 현대차그룹에서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응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시는 2016년 당시 초고층 건축을 전제로 105층 전망대 등 공공기여 내용을 결정한 만큼 층수가 낮아지면 공공기여 협상도 다시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시의 공문을 접수한 이후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면 시와 현대차그룹이 협상을 통해 이견을 좁힐 가능성도 남아 있다. 시 관계자는 “초고층 건축 계획이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기업 여건상 층수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하면 계획 변경에 알맞은 협상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시와 현대차그룹의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아직까지 터파기 공사만 진행 중인 GBC 공사 지연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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