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윈프리를 비롯해 킴 카다시안 등이 약을 복용해 체중을 감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던 비만치료제인 ‘위고비’의 가격이 인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미국 경쟁사 일라이 릴리와의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가격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카르스텐 문크 크누드센은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일라이 릴리와 같은 경쟁사와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급증하는 수요에 맞추기 위해 생산량을 늘려 물량이 확대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구체적인 가격 인하 폭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 다만 위고비와 같은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미국 내 순이익이 2018년 출시 이후 40%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현재 미국에서 매주 2만5천명의 신규 환자에게 위고비를 처방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5천명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날 불변환율 기준으로 노보 노디스크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4% 증가한 650억 크로네(약 12조8천억 원)로,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다. 순이익도 28% 늘어난 250억 크로네(약 4조9천억 원)를 기록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또 올해 전체 매출 전망도 애초 예측을 상향 조정해 지난해보다 19∼2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영업이익도 22∼30% 증가할 것으로 예측, 애초 전망 상한선이었던 29%를 1% 포인트 높였다.
위고비의 1분기 매출은 두배 이상 증가한 94억 크로네(약 1조9천억 원)를 기록했지만, 가격하락으로 시장의 예상을 밑돌았으나 당뇨병 치료제의 판매가 이를 상쇄해 전체적으로는 시장 전망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주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무소속)이 미국 내 의약품의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 앞으로 가격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샌더스 의원은 미국에서 위고비의 정가가 1천349달러(약 185만 원)로, 영국의 14배에 달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는 덴마크 코펜하겐거래소에서 위고비 매출의 시장 예상 하회의 영향으로 2.74%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제약사 암젠은 비만치료제 '마리타이드'(MariTide)의 임상 2상 시험의 중간 분석 결과가 "고무적"이라고 밝히면서 이 회사의 주가가 급등했다고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브래드웨이는 실적 관련 콘퍼런스콜에서 "우리는 마리타이드가 차별화된 제품임을 확신하며, 충족되지 않은 중요한 의학적 요구를 해결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암젠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4.17%나 급등했다.
암젠은 마리타이드의 임상 2상 시험 결과가 올해 중에 나올 것이라면서 당뇨병을 포함해 여러 적응증에 대한 포괄적인 임상 3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마리타이드가 최종 승인되면 2030년까지 1천억 달러(약 134조 원) 규모로 커지는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현재 폭발적인 수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의 강력한 경쟁 제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