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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팔 반전시위, 美 이어 英으로…‘바이든의 베트남’되나

美 40개大서 최소 2200여명 체포

경찰 진압에 고무탄 등 총기사용

표현의 자유 억압 논란으로 확산

바이든 "폭력 불용" 입장 발표에

"대선 앞둔 정치적 줄타기" 비난

민주 "청년·진보 표 잃을 수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된 가자전쟁 반대 시위가 여론 분열과 물리적 충돌로 확산하며 또 다른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 ‘친(親)팔레스타인 대 친이스라엘’ ‘시위대 대 공권력’ 등의 갈등 구도가 곳곳에서 심화하고 충돌을 빚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첫 공식 입장을 내고 평화 시위를 촉구했지만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2일(현지 시간) CNN·AP통신 등에 따르면 친팔레스타인 반전 시위가 시작된 지난달 17일 이후 이날까지 미국 내 40개 대학에서 최소 2200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가자지구를 침공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대학가의 시위는 컬럼비아대에서 처음 열린 뒤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를 교내에서 철수시키려는 학교와 이에 맞선 학생·교직원이 충돌하며 하루에 수백 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시위가 번지면서 경찰의 대응 방식을 둘러싼 갈등도 커졌다.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섬광탄·고무탄을 비롯해 총기까지 사용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초 시위대의 주장은 ‘친이스라엘 정책 반대’에 방점이 찍혀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공권력의 강경 대응’과 ‘표현의 자유 억압’ 등이 더해지는 양상이다.

이날도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UCLA) 캠퍼스 시위대 200여 명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이 섬광탄을 쏘는 장면이 뉴스로 전달됐다. UCLA에서는 지난달 친이스라엘 진영과 친팔레스타인계 간 충돌로 유혈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UCLA의 매트 바레토 교수는 “학생들은 침착함을 유지했고 분위기는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경찰이 시위대의 머리 위로 섬광탄 같은 것을 쏴 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시위가 ‘대학가의 주장’을 넘어 국내외 주요 이슈로 부상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시위 발생 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냈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폭력 시위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게 골자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11월 대선을 의식해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해왔다. 이날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처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반대 의견을 짓누르는 권위주의적인 국가가 아니다”라며 “폭력적인 시위는 보호받지 못하고 평화 시위만 보호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평화 시위 강조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선을 앞둔 정치적 줄타기’라는 비난이 이어져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진영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행보로 청년층과 진보 진영의 표심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이것이 바이든의 베트남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1968년 베트남 반전 시위가 거세지며 대선 출마를 접은 린든 존슨의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영국 대학가에서도 친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잉글랜드 셰필드·브리스틀·리즈·뉴캐슬 지역의 최소 6개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이 외에도 맨체스터대·런던골드스미스대 등에서도 친팔레스타인 농성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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