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석의 거대 야당을 이끌어갈 더불어민주당의 원내 사령탑으로 이재명 대표의 ‘복심’인 박찬대 의원이 선출됐다. 이 대표와 함께 ‘강력한 투톱’ 체제를 구축하게 된 만큼 강경한 대여 투쟁과 입법 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박 신임 원내대표가 법제사법위원장·운영위원장 독식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발의를 예고하고 있어 22대 국회 개원 직후 여야의 극한 대치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3일 국회에서 22대 당선자 총회를 열고 박 원내대표의 선출을 확정했다. 민주당은 찬성표가 과반인 사실만 공개했고 구체적 득표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당선인 171명 중 170명이 무기명 찬반투표에 참여했다. 친명계 교통정리를 통한 단독 입후보로 진행된 만큼 사실상 추대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후보가 한 명만 출마해 당선된 것은 2005년 이후 19년 만이다.
당시는 원내대표가 임기 도중 사퇴하면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정세균 전 의원이 단독 출마해 추대된 것으로 이번 선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4·10 총선으로 3선에 오른 박 원내대표는 남은 21대 국회 임기와 22대 국회 첫 1년 동안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박 원내대표 선출로 민주당의 ‘이재명 일극 체제’와 강경 노선은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당선 직후 “머뭇거리다가 실기하는 과거의 민주당과는 결별하겠다”며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개혁”이라고 강조하며 대여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같은 의지의 표명으로 여당과의 협상에서 전면에 나설 운영수석부대표에 친명계인 박성준 의원을 곧바로 임명했다. 정책수석부대표 역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해온 강경파 친명계 의원인 김용민 의원을 지명했다.
국회의장 후보군도 친명 일색인 점을 감안하면 당 대표부터 원내대표·국회의장까지 입법부 3축을 친명계가 손에 쥐게 된 형국이다. 이 대표도 이날 “당론 법안들을 개인적인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경계하는 것은 불필요한 당내 갈등·대결”이라며 ‘단일 대오’ 구축에 힘을 실었다.
박 원내대표의 첫 시험대는 22대 전반기 국회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원 구성 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은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피력해왔다. 일각에서는 여당과의 협의에 실패할 경우 21대 전반기 국회처럼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 독식을 재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각종 특별검사 공세에는 이미 시동이 걸렸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 전부터 김 여사 특검법을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당론으로 재발의해 처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채상병특검법’의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21대 국회 내 재표결은 물론 22대 국회에서 바로 재발의할 방침이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9개 있다”며 “전부 재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추가경정예산 추진, 검찰·언론 개혁 등 각종 민주당표 입법 과제에도 속도를 올릴 계획이다.
무엇보다 박 원내대표가 협치보다 선명성에 방점을 두고 있어 22대 국회 초반부터 여야 관계에 적잖은 파열음이 예상된다.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박 원내대표 선출 이후 논평을 통해 “22대 국회에서도 독주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거대 야당 마음대로 국회를 쥐고 흔들어도 된다’는 것으로 총선의 민의를 생각했다면 분명한 착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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