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들의 반도체 산업 보조금 지급 경쟁이 뜨겁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 3월 인텔에 85억 달러(약 11조 6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반도체지원법을 제정해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R&D)에 5년 동안 527억 달러(약 71조 80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첨단 반도체와 D램 생산 비중을 2042년 세계 4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정했다. 중국도 2021년에 ‘2030년까지 1500억 달러(약 204조 5000억 원)의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히고 ‘반도체 굴기’에 본격 나섰다. 반도체 부활을 꿈꾸는 일본은 TSMC가 2년 만에 올해 초 완공한 구마모토 1공장과 2027년 말 가동할 2공장에 총 10조 7500억 원가량을 보조한다. 유럽연합(EU)도 2022년 말 430억 유로(약 63조 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을 제시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등에 48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정부의 보조금 지원 계획은 전혀 없다. 거대 야당이 ‘재벌 특혜론’을 제기하며 전략산업 지원에 제동을 거는 가운데 정부도 재정 건전성을 들어 직접 지원에 나서지 않고 있다. 게다가 각종 규제 사슬과 주민 반발 등으로 인해 기업들은 전력·용수 확보 대책에서도 첩첩산중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러니 첨단전략산업 기업들이 일부 제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에서 우리 전략산업을 지켜내려면 초격차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위해 민관정이 원팀으로 뛰어야 한다. 정부는 세제·금융·예산 등의 전방위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보조금 대신에 첨단산업발전육성기금 조성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4·10 총선 당시 각각 ‘반도체 클러스터’ ‘반도체 메가시티’ 조성 적극 지원을 약속한 여야 정치권도 공통분모를 찾아 실천을 서둘러야 한다. 올해 말 일몰 예정인 15%의 시설투자 세액공제 연장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인프라 지원과 규제 혁파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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