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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난타] 공당(公黨)이 사라진 세상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특검법' 통과, 여야 대치국면 가능성

강경지지층 목소리 커지며 당 휘둘려

정파·투쟁만 남는 세상 희망없어





국회가 2일 본회의를 열어 ‘채상병특검법’을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 단독이었다. 민주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처리하기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일정 변경을 통해 채상병특검법을 표결하겠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법안 상정에 동의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여야 합의를 중시했던 김 의장이 민주당의 주장에 동의한 것은 아마도 채상병특검법이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여론의 영향도 크다. 2일 발표된 NBS 조사(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응답률 14.6%,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채 모 상병 특검에 찬성한 응답자는 67%에 달했고 반대하는 응답자는 19%에 불과했다.



이렇듯 여론이 압도적으로 채 상병 특검에 찬성하는 것은 일단 젊은 해병대원이 공무를 수행하다 안타깝게 사망했기 때문이다. 국방과 안보, 그리고 군(軍)을 중시하는 보수 유권자 중 상당수가 특검에 동의했을 것이다.

이제 관심사는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현재 채 상병 특검에 대한 대통령실의 반응은 상당히 강경하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의사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이를 밀어붙였다는 것은 거부권 행사의 명분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 과거 특검 법안들은 모두 여야 합의에 의해 통과됐고 지금처럼 단독으로 처리된 사례가 없다는 점도 거부권 행사의 명분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거부권을 행사하려고 해도 채 상병 특검 필요성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다는 것이 고민일 수 있다. 이렇게 국민적 찬성 여론이 높은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가는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를 결단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민주당에 당하고만 있을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2차 영수회담을 보기는 힘들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영수회담은 고사하고 여야의 대치 국면이 극한으로 치달을 가능성만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게 될수록 양 정치 세력의 강경 지지층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고 이들의 영향력도 막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의 목소리와 영향력이 커질 경우 정치가 이들에게 휘둘릴 것이라는 데 있다. 이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 그런 조짐은 이미 존재했다. 예를 들어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들과 신임 원내대표로 확실시되는 박찬대 의원 등이 앞다퉈 ‘더민주전국혁신회의’에 참석해 강성 지지층에 어필하려고 했던 것을 보면 이번 사태 이전부터 강경 세력의 목소리가 정치인을 비롯한 당을 좌우할 가능성이 이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다가는 공당(公黨)은 사라지고 정파만 남는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치는 사라지고 극단적인 투쟁만 남은 세상에서 우리는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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