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다시 오게 돼 정말 기뻐요(I'm so happy to come back in China).”
소프라노 조수미가 중국에서 2016년 이후 8년 만에 공연을 마친 소감을 관객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조수미는 3일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 콘서트홀에서 이탈리아 실내 합주단인 ‘이 무지치 합주단’과 함께 ‘사계절의 소리 꽃(四季声花)’라는 협연을 펼쳤다.
이탈리아어로 ‘이 무지치’는 음악가들이라는 뜻으로, 이 무지치 합주단은 연주자 12명으로 구성된 세계 최정상 이탈리아 실내악 그룹이다. 이날 공연에는 오랜만에 중국을 찾은 조수미를 보려는 중국인 관객과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국인 관객들까지 함께 모여 성황을 이뤘다.
중국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조수미는 지난 2016년 5월 클래식 기타리스트 페페 로메로와 협연으로 중국 국립공연예술센터 음악 축제에 참여한 이후 8년 만에 중국 무대에 섰다. 그해 7월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선언한 이후에는 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인해 공연을 할 수 없게 된 탓이다.
지난 2017년 2월 조수미는 당초 중국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에서 순회 공연을 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당국으로부터 공연 취소를 통보받았다. 당시 조수미는 자신의 트위터(현 엑스)에 ‘저의 중국 투어가 취소되었음을 알립니다. 그들의 초청으로 2년 전부터 준비한 공연인데 취소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습니다. 국가 간의 갈등이 순수 문화예술 분야까지 개입되는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큽니다’라고 밝혔다. 조수미는 공연 취소 소식을 다룬 뉴욕타임스 기사를 함께 게시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한국 정부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 정부가 정치적 긴장을 빌미로 한국의 클래식 연주자들을 희생양 삼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조수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주제가를 부르는 등 중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고, 이후 거의 매년 중국에서 공연할 만큼 사랑받았으나 최근 8년간 중국 무대에서 볼 수 없었다. 조수미는 이번 베이징 공연과 5일 상하이 공연을 앞두고 자신의 엑스 계정에 중국 콘서트를 직접 안내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2017년 한한령으로 저의 중국투어가 캔슬된지 몇년만인가요? 세계적인 이 무지치 합주단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요! 응원해 주시면 더 힘낼께요’라고 밝혔다.
이날 공연에서 이 무지치 합주단은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했고 조수미와 헨델의 오페라 ‘이집트의 줄리어스 시저’, ‘알시나’, 비발디의 오페라 ‘오스만 제국의 왕’ 등의 아리아를 함께 했다.
공연을 마친 이후에도 관객들의 계속된 앙코르 요청에 조수미는 “발음은 좋지 않으니 촬영은 하지 말아 달라”는 애교 섞인 말과 함께 중국 곡으로 화답하기도 했다. 합주단 역시 두 차례나 앙코르 연주를 이어가며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이날 조수미는 중국신문망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클래식 음악과 중국 전통 악기, 음악을 결합해 색다른 콘서트를 선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번 여행에서 중국 대나무 피리의 멋진 소리를 경험했고, 이로 인해 중국 전통 악기와 협력하고 싶은 ‘강한 열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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