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난에 9일로 미뤄진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가 중진 의원들의 출사표가 이어지며 뒤늦게 흥행 열기를 더하고 있다. 경선의 ‘2강’ 후보로 꼽혔던 이철규·김도읍 의원의 불출마 가능성이 높아지자 부담감을 덜어낸 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져 다자 대결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의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 중진 의원들은 주말 동안 출마 여부를 고심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출마를 공식화한 건 4선 고지에 오른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과 3선에 당선된 송석준(경기 이천) 의원 2명이다. 여기에 대구 달성의 3선 당선인인 추경호 의원이 며칠 사이 유력주자로 급부상했다. 4선 박대출(경남 진주갑)·윤영석(경남 양산갑)·김상훈(대구 서구) 3선 송언석(경북 김천) 의원 등도 타천 후보로 거론된다. 출마를 저울질했던 성일종 의원은 전날 “고심 끝에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후보 등록일(5월 1일) 전날까지 공식 출마자가 나오지 않던 것과 달리 경선 일정이 연기된 뒤 원내 사령탑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이러한 기류는 ‘친윤계(친윤석열계)’ 거두인 이철규 의원의 불출마 가능성이 커지면서 형성됐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 의원은 당선인들에게 전화 등으로 개별 접촉을 하며 출마 의지를 드러냈고, 당내에서는 ‘이철규 단독추대론’으로 분위기가 흐르며 경선이 싱겁게 끝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비윤계를 중심으로 이 의원을 둘러싼 ‘총선 패배 책임론’이 불붙었고, 당내 비토 여론이 커지자 이 의원도 한 발짝 물러서며 경선일이 늦춰지는 결과를 불러왔다.
비윤·부산 의원들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아온 4선 김도읍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뒤집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거취를 놓고 모호한 태도를 보였던 이 의원도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강력한 원내대표 주자로 여겨졌던 두 의원이 끝내 경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면서 ‘해볼 만하다’는 판단에 따라 다수 주자가 참전을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의원이 최종 불출마로 가닥을 잡을 경우 당정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3선인 정점식(경남 통영·고성)·윤한홍(경남 마산회원) 등 당내 친윤계 중진들을 차기 원내대표로 지원사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이번 경선이 3자 내지는 4자 등 다자구도로 치러질지 관심이 모인다. 직전 경선에서는 윤재옥 원내대표와 김학용 의원 간 양자대결로 치러진 바 있다. 반면 2021년 4월 치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권성동·김기현·김태흠·유의동 의원 등 4파전이 벌어진 끝에 김기현 의원이 승기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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