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그 물건, 우리가 살게요”…日서 몸값 오른 중고명품
일본에서 엔화 가치 하락으로 명품 수입 가격이 오르자 중고품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업체들의 중고 매입 가격도 오르고 있다.
6일 NHK와 ANN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나고야 메이테츠 백화점에서는 중고 명품 페어가 열렸다. 고객이 내놓은 명품을 취급 업자들이 사들이는 행사다. 매입은 복수의 전문 업자들이 개별 제품을 놓고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매 형태였다. 서로 다른 업체의 담당자 5명이 중고 판매를 의뢰한 고객과 물건이 있는 부스를 돌며 그 자리에서 계산기에 가격을 매겨 바로 공개하는 식이다. 여기서 가장 높은 가격을 낸 업체가 해당 제품을 가져가게 된다. 경매 진행자가 “하나둘셋”을 외치면 5명이 희망 가격을 입력한 전자 계산기를 내보이고, 즉석에서 바로 ‘승자(?)’가 결정된다. 상대의 숫자를 본 뒤 “아 아깝다”하는 반응이 터져 나오는가 하면, 최고가가 겹칠 경우 가위바위보까지 해가며 좋은 물건을 가져가려는 눈치 싸움이 펼쳐졌다.
엔저에 수입물가 상승, 중고로 눈 돌리는 사람들
해외서도 “일본 중고명품 질좋고 싸다” 수요 늘어
해외서도 “일본 중고명품 질좋고 싸다” 수요 늘어
업체들의 이 같은 경쟁은 최근 일본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중고 명품 구매 수요가 늘면서 더 치열해지고 있다. 명품 취급 업체 오카자키야 본점의 요시다 유야 씨는 “중고 명품 시세는 최근 엔저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일본인이 쓰던 것이면 상태가 깨끗한 게 많아 ‘일본 중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해외 고객들로부터도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ANN에 따르면 명품 중고 매입가는 6개월 전과 비교해 약 20% 상승했다.
또 다른 중고 명품 취급처인 ‘브랜드오프’의 고마다 다케시 도쿄 긴자 본점 점장도 “방일 외국인이 증가하는 가운데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중고 명품의 가격이) 싸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중고 명품은 품질이 좋고, 정식 매장에 없는 상품도 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어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인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취급처들도 투자 목적에서라도 좋은 상품을 미리 더 사둬야 한다는 생각에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시세가 오르고 있다.
160→151엔, 엔달러 환율 일주일새 8엔 출렁
日정부 시장 개입 추정속 美 고용 지표 영향도
日정부 시장 개입 추정속 美 고용 지표 영향도
한편, 엔·달러 환율은 미국의 금리 인하, 일본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이 꺾인 가운데 미·일 금리 차가 부각되며 지난달 29일 달러당 160엔까지 치솟았다. 엔·달러 환율 상승은 엔화가치 하락(엔저)을 의미한다. 엔저가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대를 돌파해 160엔까지 찍자 29일과 이달 2일 일본 정부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엔화 매수세가 유입돼 엔화 강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3일에는 미국의 고용 통계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고용 과열이 식어가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와 한때 엔·달러 환율이 151엔대 후반까지 떨어지는 엔고가 진행됐다. 고용 시장이 둔화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커진다.
NHK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엔화 가치가 최대 8엔 이상 오르며 급격한 가격 변동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지난 두 차례의 정부 개입에 약 8조 엔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시장 개입이 있었다고 해도 미·일 금리 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개입이 엔화 약세 흐름을 멈출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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