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성별 임금 격차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여성과 남성의 소득 격차가 해소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4월 고용주들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2024년 평균 성별 임금 격차는 9%로 나타났다. 지난해(9.2%)와 비교하면 0.2% 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45년이 지나야 남여 임금격차가 해소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영국항공과 넥스트 리테일 등 대기업 직원들의 평균 임금 격차는 더 벌어졌고 광업, 금융, 건설업을 포함한 부문의 소득 불평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의 회계·경영컨설팅 업체 PwC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추이를 살펴본 결과, 성별 임금 격차를 좁히는 데 최소 29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임금 격차 수치(남성 평균 임금 대비 여성의 시간당 평균 임금 차이)는 2017~2018년 25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한 조직에 대해 임금 격차 보고가 의무화 된 이후 9.3%에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2023-2024년에 고용주의 총 78%가 남성에게 여성보다 평균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해 전년도에 비해 약간 감소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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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wC에 따르면 영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컸으며, 성별 임금 평등에 도달하는 데 43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계산은 격차가 일정한 속도로 좁혀진다고 가정하지만 현재까지 진행 상황을 고려해볼 때 실제로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2019~2020년 임금 격차는 10% 이상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데이터를 제출한 1만 800개 이상의 회사에서 전반적으로 격차가 좁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각각 5000명 이상을 고용한 580개 기업 중 185개 기업에서는 오히려 평균 임금 격차가 증가했다. 분야별로 광업 및 채석 부문에서 96%의 기업이 여성보다 남성의 평균 임금이 더 높았으며 금융, 건설, 정보통신 부문에서 90%의 기업이 여성에게 더 적은 임금을 지급했다.
대표적으로 영국 의류기업 넥스트 리테일의 평균 임금 격차는 2022~2023년 8.1%에서 2023~24년 17.3%로 확대됐다. 이는 다른 소매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본사보다 임금이 낮은 매장에서 일하는 여성의 비율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넥스트 리테일의 남성 직원은 절반 이상이 본사에서 근무한 반면, 여성 직원의 본사 근무율은 23%에 불과했다.
임금 격차 수치는 직접적인 차별이 없는 경우에도 평균 소득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FT는 여성은 저임금 파트타임 역할에서 과잉 대표되고 있으며, 고위직에 여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남성과 여성 간의 불평등한 돌봄 책임 분담과 여성이 더 나은 임금을 위해 협상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발생하는 협상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인력개발원(CIPD)의 경제학자 조나단 보이즈는 "성별 임금 격차는 조직 내에서 평등과 진보성을 위한 불완전한 대리물"이라며 "회사가 임금 격차는 작지만 여성을 거의 고용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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