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해 냈던 집행정지신청과 관련, 법원이 정부에 2000명 증원에 대한 근거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보수·진보 시민단체들이 나란히 우려를 표해 눈길을 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8일 논평을 내 법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 “절차와 법리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수준을 넘은 과도한 사법부의 행정부 통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원이 “과학적인 근거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사법부가 의대정원절차 진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며 “사법부가 예방차원에서 행정처분 자체를 미리 차단하는 결정을 하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수반되는 통치행위인 행정행위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의대정원을 증원할 때 요구되는 인적자원과 물적시설을 제대로 조사한 현장실사자료와 회의록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을 사법부가 행정부의 정책적 판단을 통제하려는 목적이라고 이들은 규정했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2일 이 사안에 대해 내놓은 논평도 비슷한 주장을 펴고 있다. 경실련은 “자칫 사법부의 지나친 개입이 정책 추진의 지연과 혼란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당사자 적격에 대한 판단은 보류한 채 행정행위에 대한 타당성을 따지겠다는 것은 이례적이며 자칫 월권행위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지역의 심각한 필수의료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수없이 이뤄진 점을 들어 “사법부가 행정부 권한인 정책 타당성을 따지는 건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 수급이 의료계 반발에 19년간 비정상적으로 통제됐다”며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규모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수준이므로 재판부는 논의과정과 절차 외에 정책 적절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