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범죄는 대표적인 민생 침해 범죄에 해당하지만 처벌 수위가 낮아 범죄를 제대로 예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13년 만에 사기 범죄 양형 기준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형 기준 강화가 사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8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현행 일반 사기 범죄 양형 기준은 1억 원 미만 최대 2년 6개월, 1억 원 이상~5억 원 미만 최대 6년, 5억 원 이상~50억 원 미만 최대 7년, 50억 원 이상~300억 원 미만 최대 9년, 300억 원 이상 최대 13년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양형 기준이 낮기 때문에 사기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는 “예전의 범죄 형태와 현재의 범죄 형태는 환골탈태 수준으로 바뀌었지만 법률적 대응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양형 기준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찰청의 ‘18개 시·도청 2024년 1분기 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사기 범죄는 10만 7222건 발생해 전체 37만 8908건의 범죄 중 28.2%를 차지했다. 이는 단일 죄종 중 가장 많은 건수에 해당한다. 전체 2위인 교통 범죄(5만 6082건)에 비해서도 2배가량 많다. 그러나 검거 건수는 5만 3809건으로 범죄 발생 건수 대비 50.2%에 불과하다.
2011년 시행된 후 권고 형량 범위가 수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양형 기준이 일상에서 발생하는 사기 범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131차 회의를 통해 ‘사기 범죄 양형 기준 설정 범위 및 유형 분류안 심의’를 진행하고 양형 기준 강화에 나섰다.
서 교수는 “사기는 서민들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생계를 앗아가는 범죄이기 때문에 중범죄로 분류돼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그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양형 기준 강화 움직임은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2019년도에 유럽에서는 사기 범죄 자체를 폭력으로 규정하고 양형을 올려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법률적으로 처벌이 강화돼야 사기 범죄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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