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지방 흡입 및 이식 수술을 받다 숨진 10대 중국인 여성 사건과 관련, 해당 성형외과 의사가 숨진 여성의 부모에게 손해배상금 2억여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는 지난달 17일 A 씨의 유족이 성형외과 의사인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B 씨는 A 씨의 부모에게 각 1억19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앞서 지난 2018년 11월 A 씨는 어머니와 함께 B 씨의 병원을 찾았다. 당시 A 씨는 중국인 성형 관광객을 병원과 연결해 주는 외국인 환자 유치업체의 중개로 B 씨의 병원을 알게 됐다.
A 씨는 B 씨와의 상담을 거쳐 복부 전체와 옆구리, 등, 팔 등 상반신에서 지방을 흡입한 뒤 이를 엉덩이 부위에 이식하는 시술을 받기로 했고 곧바로 A 씨는 수술동의서와 마취동의서에 서명했다. 당시 동의서에는 A 씨에 대한 특이사항으로 '저혈압' 등이 기재돼 있었다.
A 씨는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수면 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시간당 50cc 맞았는데 수술이 끝난 지 1시간이 지나도 A 씨는 깨어나지 않았고 산소포화도가 저하돼 119 신고 후 인근 대형 병원으로 옮겨졌다.
구급대원이 B 씨의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에도 의식이 없던 A 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으나 2주 뒤 사망했다.
A씨의 부모는 2021년 B씨의 과실로 딸이 사망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B씨는 약 11시간 수술과 이후 회복 과정에서 단 한 번도 A씨의 혈압을 측정하지 않았다"며 "A씨의 징후, 호흡 상태 등에 대한 감시‧관찰을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프로포폴 사용 시 환자의 혈중 산소 농도 등을 주기적으로 감시하고 기록하라고 권장하고 있는데 B씨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A씨가 한 시간 넘게 깨어나지 않는데도 B씨와 의료진은 몇 차례 흔들고 꼬집기만 했다”며 “숨 쉬기 쉽게 자세를 바꾸거나 산소를 공급하는 등의 적절한 응급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의료 사고 사건에선 이례적으로 B씨의 배상 책임을 100%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프로포폴 부작용으로 인한 사고가 계속되면서 의사협회는 관련 임상 지침 등을 배포했다”며 “이런 기본적인 내용조차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중하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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