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 대한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수도권 무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2022년 46대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400대1로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는 2166대1까지 높아졌다. 2년 만에 무려 47배나 경쟁률이 치솟은 것이다.
무순위 청약은 잔금 미납 등의 사유로 계약이 취소된 경우 진행된다. 국내 거주 만 19세 이상이면 거주지와 주택 소유 여부, 청약통장과 무관하게 신청할 수 있고 수년 전 분양가가 그대로 적용돼 수억 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어 ‘로또 청약’으로도 불린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가 올 2월 3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총 101만 3456명이 신청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일단 당첨만 되면 20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수요가 몰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만약 전용면적 132㎡ 무순위 청약에 당첨됐다면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약 3억 원을 당첨일로부터 영업일 기준 6일 내에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각종 세금을 고려하면 수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현금 부자’들의 잔칫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강남만의 얘기가 아니다. 경기 하남시 감이동에 공급된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는 28만 대1, 고양시 ‘DMC한강자이’는 10만 대1 등 무순위 청약 성적표에서 수십만 대1의 경쟁률은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 됐다. 실탄이 부족한 특별공급 대상자들도 무순위 청약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 강동구 강일동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이 최근 신혼부부와 다자녀 등 특별공급 6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총 1만 6693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2783대1을 기록했다.
내 집 마련 문턱이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무순위 청약으로 수요가 쏠리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에 희망 고문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줍줍 열풍은 아파트를 주거의 토대가 아닌 투기의 수단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욕망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조합이 막대한 분양 차액을 얻지 못하게 하는 대신 일반분양자와 이익을 나누도록 하는 제도 탓도 크다. 팔짱 낀 정부나 무료 로또에 가담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씁쓸한 뒷맛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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