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하루 앞둔 8일 "제 생애 가장 힘든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취임 13개월 만에 집권 여당의 원내 지휘봉을 내려놓는 윤 원내대표는 여소야대의 악조건 속에서 협상력을 발휘하고 당정 관계를 잡음 없이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간담회를 열고 "시작부터 고생길이 예정돼 있었다. 야당은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갖고 있었고 총선은 1년 후로 다가오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극한 정쟁의 늪에 빠져 국민 신뢰를 잃은 21대 국회에서, 마지막 1년이나마 협치의 공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고 싶어 원내대표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제 임기 동안에만 특검법 3건, 국정조사 요구 5건, 국무회의 결의안 1건, 탄핵소추안 8건을 제출하는 등 입법 폭주를 거듭하며 우리 헌정사에 큰 상처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입법 폭주에 맞서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9번 행사했는데, 재의요구권 표결을 8번이나 행해야 했던 건 제가 원내대표로서 직면해야 했던 최대 도전"이라며 "본회의가 있는 날 불멸의 밤을 지새워야 했다"고 짚었다.
22대 총선 참패를 두고는 "이제 국민의힘은 국민만 바라보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승자와 패자에게 공통된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은 민생을 위한 협치"라고 강조했다.
이날 윤 원내대표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힘을 실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당대회를 8월로 미룰 수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6말 7초쯤 전당대회를 빨리해서 조기에 당 지도체제를 정비하고 당 혁신을 하기로 총의가 모여졌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 상황과 역할에 가장 적합한 분을 모셔야 한다고 생각해 황 비대위원장을 추천한 것"이라며 "황 위원장께서 상황에 맞게 전당대회를 관리해 줄 것으로 믿는다. 그렇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과정에서 '비선' 논란이 불거진 것에는 "영수회담이 이뤄지는 과정을 제가 다 공유했는데 최근 보도된 건은 제가 알지 못하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회담이 이뤄지는 과정과 회담의 결과를 양쪽이 내용을 발표하기 전에 제가 다 공유했다"며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덧붙였다.
윤 원내대표는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지만 장제원·권성동·이철규 의원 등'친윤 핵심' 그룹에는 들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당내 경선에서 김학용 의원을 누르고 선출됐을 때 비교적 폭넓게 당 전반을 아우르며 원내를 운영할 거라는 기대가 나왔다.
그의 원내 리더십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지도부로서 4·10 총선 참패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상존한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지난 3월 전국 시·도당에 야권을 겨냥해 “더 이상 이 나라를 범죄자들과 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라는 문구의 현수막 게시를 지시했다가 내부 반발 속에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이는 당내에서 영남 지도부에 대한 문제 제기로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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