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 부흥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미국의 첨단 반도체에 대한 시장점유율이 현재 0% 수준에서 10년 이내에 28%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생산능력 역시 3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8일(현지 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반도체 공급망의 새로운 회복 탄력성’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해당 보고서는 미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기업들에 총 527억 달러(약 75조 5000억 원)를 지원함에 따라 앞으로 10년간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2년 미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캐파)은 2022년 대비 3배 수준(203% 성장)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2012년 이후 10년간 미국 반도체 캐파 증가율이 11%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후 10년 증가율은 이전의 20배에 이른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과 설비시설을 잇따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반도체지원법이 적용되기 시작한 후 인텔, 대만 TSMC, 삼성전자,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대형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를 결정하고 보조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캐파가 늘어나면서 2032년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현재 10%에서 14%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반도체지원법이 없었더라면 미국의 2032년 생산 점유율은 오히려 8%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특히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의 점유율은 0%에서 28%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그만큼 미국이 첨단 공정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점유율 측면에서도 대만(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아진다. 반면 첨단 공정 분야에서 현재 31%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2032년 9%까지 줄어든다. 보고서는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미국이 반도체 첨단 로직과 설계·장비 등의 분야에서 리더십을 강화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반도체지원법의 인센티브 기간을 연장해 반도체 공급망을 더욱 강화하고 칩 설계까지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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