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로 이송된 ‘채상병특검법’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를 보고 의혹이 남을 경우 제가 직접 특검을 요청하겠다”며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라 할 수 있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사회 부총리 부처로 신설하겠다고 밝히고 정부조직법 개정에 야당의 협조를 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 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야당에서 김 여사 관련 특검 요구가 나오고 있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질문에 답하며 공식 사과했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의 첫 사과다. 특히 윤 대통령이 김 여사 관련 의혹을 포함해 특정 현안에 직접 ‘사과’라는 표현을 쓴 것도 취임 후처음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2월 KBS와의 신년 대담에서는 김 여사 의혹에 대해 “박절하게 끊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검찰이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하고 있는 상황을 전하며 “검찰 수사에 입장을 언급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오해가 일어날 수 있다”며 “(검찰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야당을 중심으로 22대 국회에서 김 여사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에 대한 특검법 재발의를 예고한 것과 관련해 “특검은 검경·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같은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또 “지난 정부에서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깃으로 치열하게 수사를 했다”며 “그런 수사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 공세, 정치 행위가 아닌가,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채상병특검법에 대해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라며 “수사 당국에서 상세하게 수사 경과와 결과를 잘 설명할 것인데 그걸 보고 국민께서 이거는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면 그때는 제가 특검을 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향후 3년 동안 “대한민국을 성장의 길로 이끌도록 경제의 역동성을 더욱 높이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펼치겠다”며 “민간 주도 경제성장의 추세를 유지한다면 국민소득 5만 달러도 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국가 비상사태라 할 수 있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저출생 고령화를 대비하는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덧붙였다. 야당도 저출생기획부 신설에 대해서는 이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협조할 뜻을 피력했다.
또 윤 대통령은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위해 계층 이동 사다리를 굳건하게 재건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내년 시행할) 금융투자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될 것”이라며 국회에 민생 법안 처리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외식물가에 대해 “수입 식품이나 수입 식자재의 국제 가격 변동으로 수입 할당관세를 잘 활용하는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장바구니물가와 외식물가를 잡는 데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