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의 국정 운영에 대해 되돌아보면서 ‘송구’ ‘사과’ 등의 표현을 썼다. 1년 9개월 만에 회견을 한 윤 대통령은 “민생의 어려움은 쉬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고 자세를 낮췄다. 4·10 총선 참패에 대해서도 “체감하는 변화가 많이 부족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더욱 소통하는 정부, 더욱 경청하는 정부로 바뀌어야 한다는 기조 변화는 맞는다”며 독선·불통 이미지를 벗으려 했다.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대 야당의 ‘김 여사 의혹 특검’ 요구에 대해서는 “정치 공세”라며 수용하지 않았다. 야당은 회견에 대해 “반성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지만 윤 대통령은 ‘사과’ 표현을 처음 쓰는 등 어느 정도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국군 통수권자로서도 안타깝고 참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채 상병 특검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그것(수사 결과)을 보고 만약 국민들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고 하면 제가 특검을 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혔다. 물론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들도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비롯한 명품백 의혹 재발 방지 방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비록 경제가 다소 회복되고 있지만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소득 5만 달러 꿈’을 거론한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여야 정당과 소통을 늘리고 민생 분야 협업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 추진과 경제 활성화, 양극화 해소 의지도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대야 소통을 강화해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고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전환해 여야정 민생 협력의 토대를 쌓아야 한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 등 헌법 가치를 지키고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이날 저출생 극복을 위해 밝힌 사회부총리급의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 신설 방안은 검토할 만하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정 발목 잡기를 멈추고 민생·경제 살리기와 저출생 극복, 3대 개혁 및 의료 개혁 등을 위해 힘을 보태는 등 국정 운영에 공동으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진정 낮은 자세로 국민 공감을 얻어가는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국정 동력을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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