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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TSMC 1000조짜리로 키운 이 남자…고객사도, 투자자도 환호했다[Global Who]

창업자 장중머우 뒤 이은 TSMC 2대 회장 6월 퇴임

6년 재임 동안 매출2배·주가 및 시총 4배 성장시켜

압도적 기술력으로 엔비디아 등 첨단 칩 개발 지원

대만의 성산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성산'으로

후임 웨이저자, 해외 공장 프로젝트 완수 등 과제로





“‘무어의 법칙’은 죽지 않았습니다.”

대만 TSMC의 류더인(마크 리우) 회장이 취임 이듬해인 2019년 9월 타이베이에서 열린 반도체 콘퍼런스 ‘세미콘’에서 한 말이다. 인텔의 창업자 고든 무어가 제시한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은 18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경쟁 업체의 창업자가 주창한 이론을 내세워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로서 TSMC의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강조한 셈이다. 장중머우(모리스 창) 창업자의 뒤를 이어 TSMC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류 회장이 6월 퇴임한다. 그는 대만을 넘어 미국·일본·독일까지 공장을 진출시키며 TSMC를 시가총액 1000조 원 규모의 회사로 키웠다.

◇6년간 매출 2배, 주가·시총 4배↑=1954년 타이베이에서 태어난 류 회장은 국립대만대에서 전기공학 학위를 받은 후 미국으로 넘어가 UC버클리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83년부터 1993년까지 약 10년 동안 인텔과 AT&T에서 마이크로 처리기 및 광학 통신 시스템을 연구개발(R&D)했다. 1993년 TSMC로 자리를 옮긴 그는 2년 만에 12인치 웨이퍼 사업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TSMC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외부 환경 분석과 경영관리 능력이 뛰어나 일찌감치 장 창업자의 후계자로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의 팀 컬판 칼럼니스트는 최근 ‘류더인의 짧지만 강력했던 통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투자자들에게 그의 재임 기간은 환상적이었다”며 “TSMC에 투자한 주주들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 애플에 투자한 주주의 수익률보다 높다”고 전했다. 그가 취임한 2018년 6월 이후 지금까지 TSMC의 주가는 36.56달러에서 142.79달러(9일 뉴욕증시 기준)로 290% 치솟았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1896억 달러(약 259조 원)에서 7407억 달러(약 1013조 원)로 4배 가까이 뛰었다. 연간 매출 역시 2018년 342억 달러(약 47조 원)에서 2023년 760억 달러(약 104조 원)로, 같은 기간 매출총이익률은 48.27%에서 54.40%로 올랐다.

◇압도적 기술 리더십으로 우위에 서다=TSMC 주가가 상승한 배경에는 탁월한 가격결정력이 자리 잡고 있다.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사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2018년 상반기 56.1%에서 지난해 4분기 61.2%로 증가했다.



특히 류 회장의 재임 기간 동안 TSMC가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첨단 패키징 기술 중 하나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 첨단 칩 개발 경쟁과 맞물려 급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2개 이상의 반도체 칩을 웨이퍼상에서 연결한 뒤 패키지 기판에 올리는 첨단 공법이다. 최근 반도체 미세화 기술이 한계에 부닥치면서 후공정에서 이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해당 공정은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고객사들이 고성능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류 회장이 장 창업자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점으로 공격적인 글로벌 확장 전략이 꼽힌다. 장 창업자는 1987년 회사 창업 이후 대만 밖에 공장을 짓는 것과 관련해 기술 유출을 이유로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류 회장은 “대만을 지키는 ‘성산(聖山·성스러운 산)’인 TSMC의 본부는 대만에 있어야 한다”는 창업자의 뜻을 지키면서도 미국·일본·독일 등에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 건설 투자를 단행했다. 고객사가 있는 곳에 공장을 지어 급증하는 수요에 신속하면서도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포석이다. 류 회장은 2020년 5월 미국 애리조나에 첫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공장 2개를 더 짓겠다고 밝혔다. 현재 건설 중인 1·2공장에 400억 달러를 투입했으며 향후 3공장에도 250억 달러를 들여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최첨단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 구마모토에 세운 TSMC의 첫 공장은 올해부터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 일본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제2공장도 짓기로 했다. TSMC는 유럽 내 고객사를 위한 거점인 독일에도 지난해 8월 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후임 웨이저자에게 주어진 과제=류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는 웨이저자 차기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류 회장이 밑그림을 그린 해외 공장 건설 프로젝트들을 완수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특히 류 회장이 처음으로 발표한 미국 애리조나 공장은 건설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늘어나는 인건비 및 인력 확보가 당면 과제다. 대만 자유시보는 최근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출신인 노아 스미스의 글을 인용해 “TSMC의 애리조나 공장이 직면한 진정한 문제는 충성도가 낮은 직원에게 대만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웨이 차기 회장이 2018년부터 류 회장과 보조를 맞춰온 만큼 경영진 교체가 TSMC의 행보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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