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는 예언과 현혹에 휩싸여 탐욕의 끝을 향해 가는 인물입니다. 현대로 치자면 구청장이 대통령 되고 결국엔 자기 무덤을 파게 되는 것인데요. 요즘에 나와도 될 법한 이야기가 몇백년 전에 쓰여져 관객들을 만났다는게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황정민)
인간의 욕망과 파멸을 그려 오랜 세월 사랑받으며 무대에 올랐던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맥베스가 다시 국내에서 공연된다. 1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연극 ‘맥베스’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양정웅 연출과 배우 황정민, 김소진, 송일국이 참여했다. 양 연출은 “20년 만에 새롭게 도전하는 작품”이라며 “정통에 가깝게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대사와 완성도 높은 마지막 비극을 본연의 맛과 현대적 미장센을 함쳐 멋있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원캐스트로 열린다. 황정민이 맥베스를, 김소진이 맥베스의 아내 레이디 맥베스를, 송일국이 맥베스의 동료 뱅코우 역을 맡아 열연한다. 송영창은 덩컨, 맥더프는 남윤호가 연기한다. 영화 ‘아수라’ ‘서울의 봄’에서도 인간 욕망의 끝을 그려낸 캐릭터를 연기한 황정민은 “여러 의미가 함축돼 있는 작품”이라며 “맥베스로서의 또 다른 욕망을 보여줄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연출은 ‘한여름밤의 꿈’으로 제10회 그단스크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셰익스피어 스페셜리스트 양정웅이 맡았다. 양 연출은 “양심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 현대인에게 필요한 주제를 담은 작품”이라며 “쾌락에 손을 대는 순간 헤어날 수 없는 상실감, 죄책감, 양심의 문제를 잘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이 그런 문제 속에서 얼마나 허덕이나 공감하면서 제 삶도 반추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셰익스피어의 비극인 ‘햄릿’도 같은 시기 무대에 오른다. 전무송·손숙·박정자·정동환 등 노배우들이 캐스팅돼 맥베스와 자연스럽게 비교되게 됐다. 황정민은 “경쟁이기도 하지만 많은 공부가 되고, 관객 분들도 볼거리가 많아 행복하실 것"이라며 “선배님들의 고전극을 보고 자랐고 공부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고전극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벚꽃 동산’의 전도연·박해수 등 스타 배우들도 다시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다. 황정민은 “영화를 찎을 때와는 또 다른 결의 행복이 있다”며 “제게는 연극이 힐링”이라고 밝혔다. 공연은 7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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