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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200년 전처럼 반복되는 사회 모순…19세기 찰스 디킨스 소설의 재해석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

바버라 킹솔버 지음, 은행나무 펴냄





문학은 어느 시대나 사회고발적이었다. 당대의 모순을 낱낱이 드러내는 이러한 문학의 사회고발적 측면은 결국 그런 잘못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와 독자들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세상은 좋아지고 있는가. 지난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소설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는 세상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200여년 전 찰스 디킨스가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쓴 자전적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의 현대적 해석인 이 소설은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여준 원작의 시대와 크게 나아진 거 같지 않은 오늘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공간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시간은 19세기에서 20세기 말로 옮겨졌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 “디킨스가 쓴 책들도 그랬다. 그는 어린애들과 고아들이 신세를 망쳤는데 아무도 쥐똥만큼도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그려냈다. 이 동네 출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는 소설의 한 대목이 이를 잘 나타낸다.



구두약 공장을 전전하며 산업혁명의 그늘 아래서 가난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겪은 원작의 주인공처럼, 소설의 주인공 역시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어린 시절을 보낸다. 마약과 알코올 중독자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주인공 데몬은 자신도 약쟁이가 되어 버린다. 새 아버지의 학대, 약물 과다로 인한 어머니의 죽음, 불법 아동 노동 착취까지, 데몬의 미래는 어찌 보면 뻔해 보인다.

그런 삶 속에서도 주인공은 꿈과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그 희망을 이어가게 해 준 사람들은 결국 주변의 어른들이다. 이는 원작에서도 마찬가지다. 원작 주인공 데이비드가 고모할머니와 첫사랑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소설가가 됐듯, 데몬도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좋은 글쟁이가 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소설이 200년 뒤에는 쓰여지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먼 미래에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 아닐까. “훌륭한 이야기란 삶을 베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마주 밀어내다는 것”이라는 데몬의 이야기는 문학을 통해야지만 희망을 볼 수 있는 제도적 실패와 도덕적 붕괴로 가득 찬 사회상을 암시한다.

아이들이, 젊은 세대들이 희망을 잃어가는 것은 결국 어른들의 잘못이다. 데몬은 왜 가난에서 벗어났고 데몬의 사랑 도리는 죽음을 맞이했는가? 어른들이 손을 잡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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