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인 10일 현장 행보를 재개하고 물가 관리 등 민생경제를 국정의 중심에 두겠다는 의지를 이틀 연속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두 돌을 맞는 이날 별도 기념행사 없이 시민들과 소통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직장인이 밀집한 서울 중구 청계천을 찾아 참모진과 김치찌개 오찬을 하며 외식 물가를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김치찌개 가격이 2년간 얼마나 올랐는지 물었고 ‘8000원에서 1만 2000원으로 올랐다’는 주인의 대답에 “인건비와 식자재 가격이 올라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청계천을 산책하며 민생 현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고물가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민에게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서울 서대문구의 영천시장을 찾아 채소·과일 등 장바구니 물가 상황을 점검했다. 한 수산물 점포 상인은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의 수수료율이 비싸다”며 “물가도 같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박춘섭 경제수석에게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전쟁 때 남편이 전사했지만 행정절차의 까다로움으로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90세 어르신의 어려움을 듣고는 “도와드릴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집권 3년 차 국정 운영의 무게중심을 물가 등 국민들의 실질적 삶을 개선하는 일에 두겠다는 의지를 계속 내비치고 있다. 총선 참패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협치에 시동을 걸고 대통령실 참모진 쇄신도 단행했지만 지지율은 한 달째 역대 최저 수준이다.
지지율 반등이 더딘 이유 중 하나로 ‘물가 불안’이 지목된다. 실제 물가는 각종 민생 현안 중에서도 민감도가 가장 큰 항목이다. 세일즈 외교로 방산 수출이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법치주의 확립으로 노사분규가 줄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이 매일 접하는 식재료, 외식 등의 물가 불안이 지속돼 성과들도 퇴색됐다는 평가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3개월 만에 3% 밑으로 내려갔지만 총선 직후 각종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져 서민들은 오히려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처지에 직면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2주년 기자회견에서 물가 잡기에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는 이날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배추와 양배추·마른김 등 농수산물 7종에 대해 할당관세를 신규 적용해 기존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달 배추 110톤, 무 80톤을 매일 방출하고 5~6월에는 바나나·키위·체리 등 직수입 과일을 3만 5000톤 이상 도입한다. 해양수산부도 식탁에 자주 오르는 오징어·고등어·갈치 등 비축 물량 5000톤을 시중에 풀고 수산물 할인 지원에 15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총선 이후 한 달이 지나면서 ‘일하는 정부’로 본격적인 태세 전환에 나서기로 했다. 당장 총선 직전까지 24차례 개최한 민생토론회가 다음 주부터 재개된다. 윤 대통령은 우선 민생토론회를 개최하지 않은 광주와 경북·전북·제주 등을 찾아 민생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로 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국민의 삶 속에 더 깊숙이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시장 방문 이후 용산 대통령실로 돌아와 예정에 없이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인사를 하고 떠났다. 전날 기자회견에 이어 출입기자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소통 강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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