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에 중국 수출 감소까지 ‘K팝 위기론’이 쏟아져나오는 와중 맞이한 1분기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실적발표가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의 ‘빅4’ 모두가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실적을 낸 것이다. 다만 ‘상저하고’로 변화해가고 있는 엔터사들의 실적 경향성이 공고해지고 있는 만큼 2분기와 하반기 엔터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엔터 대장주’ 하이브는 1분기 3609억 원의 매출과 14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시장의 기대치였던 매출 3804억 원, 영업이익 172억 원을 밑도는 수치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1%, 영업이익은 72.6% 줄었다. 아티스트 활동 공백과 신인 데뷔 관련 비용이 실적 감소 원인으로 꼽혔다.
SM엔터는 1분기 매출 2201억 원과 영업이익 155억 원을 기록해 컨센서스를 밑돌았다. 매출원가가 상승했고 인건비가 늘은 점이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쳤다. 자회사 Sm C&C와 키이스트는 견조한 실적을 냈지만 일본 자회사들과 신규법인 영향으로 연결 영업이익도 줄었다.
JYP엔터는 1분기 매출 1365억 원과 33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4대 엔터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냈지만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20% 줄었고, 이 역시도 시장의 기대치였던 435억 원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음반 매출이 24% 역성장했고 인건비와 지급수수료, 매출원가 등이 크게 반영됐다.
YG엔터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873억 원과 영업손실 70억 원을 기록해 영업적자로 전환해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블랙핑크 부재와 함께 베이비몬스터 데뷔에 대한 투자 비용이 영향을 미쳤다.
엔터사들의 실적 하락은 중국 매출의 감소 영향이 크다. 올해 4월까지 음반 수출액은 7154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7% 줄었다. 미국 지역 음반 매출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하락세를 이겨내긴 어려웠다.
2분기부터는 엔터사들의 실적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은 “엔터 업종은 향후 실적 측면에서 ‘상저하고’의 사이클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공연은 2분기 중순부터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하반기부터 아티스트 팬덤 성장세에 따라 다시 음반 판매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반기 엔터3사 합산 공연 매출은 59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 늘어날 예정이다.
하이브는 뉴진스가 5월 말 컴백하고, 방탄소년단(BTS) RM의 신보가 발매되고, 진은 다음달 전역을 앞두고 있다. 세븐틴의 글로벌 인기는 갈수록 상승 중이다. 대신증권은 8일 “올해 실적은 BTS 부재에도 저연차 IP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성장세로 성장 지속할 전망”이라며 “내년 BTS 완전체 컴백까지 고려 시 향후 최소 2, 3년 간의 고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신보 발매는 전년 대비 30% 늘어날 예정이다.
SM엔터는 올해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와 신인 걸그룹, 영국 현지 보이그룹 등 신인 라인업을 가동한다. 카카오엔터와 함께 글로벌 행보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활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총매출 1조 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JYP엔터는 미국 현지 걸그룹 비춰와 일본 현지 보이그룹 넥스지, 국내 보이그룹 라우드와 중국 현지 보이그룹 프로젝트 C가 출격한다. 트와이스가 건재하고, 데이식스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등 밴드들 역시 기세를 타고 있다.
YG엔터는 베이비몬스터가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정식 데뷔한 지 한 달이 갓 넘은 베이비몬스터의 유튜브 구독자 수가 뉴진스의 약 80% 수준에 이르렀고, 초동 판매량은 아일릿보다 높다.
올해 엔터사들은 기존 K팝을 이끌어왔던 아티스트들에 더해 새로운 신인 아티스트들을 대거 선보인다. 특히 버추얼 아티스트부터 현지 아이돌까지 아티스트들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어 K팝 산업의 외연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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