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이버범죄 중 명예훼손모욕 사례가 증가 추세입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4년 8880건이었던 명예훼손 발생건수는 2022년 기준으로 2만9258건으로 약 3.3배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인터넷 사이트에 비방목적으로 허위 글을 게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면 처벌은 어디까지일까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 법률(명예훼손)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법관은 법정형(각 범죄에 대응해 법률에 규정돼 있는 형벌) 중에서 선고할 형의 종류(징역 또는 벌금형 등)를 선택하고, 법률에 규정된 바에 따라 형의 가중 감경을 함으로써 주로 일정한 형태로 처단형을 정합니다. 이러한 처단형 범위 내에서 특정한 선고형을 정하고 형의 집행유예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참조되는 기준이 양형기준입니다. 형법 제51조 양형의 조건에서는 형을 정함에 있어 △범인의 연령·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의 사항을 참착해야 한다고 나와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을 고려하는 재판부는 실제 사례에서 어떤 판결을 내릴까요
#A씨는 운동선수 B씨 부부가 A씨 부부를 무시하는 내용의 댓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유명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B씨가 성폭행 사건으로 운동선수를 은퇴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B씨 부부 사진까지 첨부했다. 이에 B씨는 A씨를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기자는 12일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체험 프로그램에서 위 사례가 언급된 명예훼손 사건을 선택한 후 체험을 해봤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 형량을 선택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오로지 감에 의존해 징역 6개월 이하 실형을 골랐습니다.
이후 검사와 피고 변호인 측 법정공방 영상을 통해 형량을 어떻게 정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검사는 A씨의 범행 수법이 불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은 2020년 10월에 총 10회에 걸쳐 피해자에 대한 허위 글을 게시했다”며 “피해자가 마치 성폭행이나 사기 등을 벌인 것처럼 글을 작성하는 등 반복적으로 범행을 해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A씨 측은 피해자가 범행을 유도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변호인은 “A씨는 최초 피해자들을 잘 모르는 상태에 있다가 피해자들이 A씨 부부들을 비방 모욕하는 글 먼저 올렸고 이에 대응하면서 피해자를 알게됐다”고 변론했습니다.
이어 검사는 최종의견에서 “10차례에 걸쳐 실명을 특정하고 사진을 첨부했고, 인터넷 게시글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줬다”며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도 크다는 점에서 엄벌을 구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한 점, 정신 병력에 따른 정기적 약물 복용이 임신 상태에서 할 수 없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해 최대한 선처를 부탁했습니다.
양측의 법정공방를 지켜보니 오히려 머리가 더 복잡해졌습니다. 어느 한쪽이 무조건 맞다는 생각보다는 둘다 맞는 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선고 단계에 써있는 ‘피고인의 인생을 뒤바꿀 수 있는 중요한 결정입니다. 신중하게 결정해 주십시오’라는 문구도 큰 압박감을 줬습니다. 이에 법정공방에서 나왔던 진술과 양형기준 등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피해자에게 정신적 충격을 크게 준 점을 가중 요소로, A씨의 범행이 피해자들의 댓글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감경요소로 삼았습니다. 아울러 A씨가 최후 진술에서 한 “이 사건으로 단 한번도 마음 편한 적이 없었다”며 “앞으로 많이 베풀고 봉사하며 살겠다”는 말도 선고를 정하는 데 하나의 요소로 봤습니다. 최종적으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어떤 결과를 내렸을까요.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4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상당기간에 걸쳐 범행을 했고, 피해자들의 정신적인 고통이 큰 점등을 불리한 양형요소로 정했다”면서도 “피고인이 반성을 하고 있고 최초 글을 게시한 이유가 상대방의 조롱글로 시작된 점 등을 감경 사유로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 결과를 처음 봤을 때 기자의 선고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선고를 내리기 위해 활용된 기준들을 고려할 때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출판물등·정보통신망 이용 명예훼손은 △감경 최대 징역 8개월 △기본 6개월~1년 4개월 △가중 8개월~2년 6개월입니다. 기자 본인은 별다른 생각없이 이번 사례를 기본으로 보고 징역 6개월을 골랐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양형기준 권고 형량범위를 징역 8개월에서 2년6개월로 잡았습니다. 특별양형인자에 대한 평가 결과 가중인자가 1개 존재하거나 가중인자가 감경인자보다 1개 많을 경우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가 가중영역으로 권고된다는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참작할만한 범행동기를 감경요소로,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를 가중요소 정했습니다. 가중요소가 감경요소보다 많았기 때문에 형량 범위가 가중영역으로 권고됐습니다.
아울러 A씨는 총 3개 이상의 다수범으로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라 권고형 범위가 정해집니다. 3개 이상의 다수범은 기본범죄 형량범위 상한에 다른 범죄 중 형량범위 상한이 가장 높은 범죄의 형량 범위 상한의 1/2, 두번째로 높은 범죄 형량범위 상한의 1/3을 합산해 범위를 정합니다. A씨는 제1~3범죄 모두 8개월~2년 6개월을 받았습니다. 기준에 따라 합산하면 2년 6개월(제1범죄 상한)+1년 3개월(제2범죄 1/2)+10개월(제3범죄 1/3)이 됩니다. 따라서 A씨는 징역 8개월~4년 7개월 내에서 형량이 정해지고 재판부는 위에서 언급된 형법 제 51조 양형의 조건과 함께 이 범위 내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게 된 셈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