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참패로 위기에 놓인 집권 여당을 수습할 ‘황우여 비상대책위원회’가 13일 공식 출범하면서 차기 당권 주자들도 몸풀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가 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잠행을 끝내고 서서히 정치 활동을 재개하면서 당권 도전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 신임 지도부와 비공개 만찬을 갖고 지도부를 격려하는 한편 정부의 민생 드라이브에 보조를 맞춰 달라고 요청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첫 비대위 회의를 열고 “국민은 우리 당이 하루빨리 환골탈태하는 쇄신을 마치기 바라고 있다”며 “당을 조속히 정상화해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당원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해 국민들께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7월 중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실무를 총괄하는 성일종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행정적으로 꼭 거쳐야 할 일들을 계산해 역산해보면 6월까지는 불가능해 보인다”며 “7월께가 유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가 한시적 기구이기 때문에 길게 갈 필요가 있겠느냐”며 “당헌·당규에 맞춰 가장 합리적이고, 할 일을 하면서 가능하면 빨리 맞추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당 안팎의 시선은 ‘당권 대진표’에 쏠리고 있다. 먼저 차기 당 대표 1순위로 꼽히는 한 전 위원장은 잠행을 끝내고 연일 공개 행보를 통해 당권 도전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전날 자택 인근에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만찬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위원장이 총선 후 당직자들과 만찬을 한 적은 있지만 정치인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두 사람의 만남인 만큼 전당대회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전 위원장으로서는 총선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재기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의 당권 도전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 전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그의 한 팬카페 가입자 수는 이날 기준 6만 명을 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한 전 위원장의 ‘전대 등판론’에 힘을 싣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전대 흥행’과 ‘민심 반영’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당원 투표 100%’로 규정된 전당대회 룰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권 도전을 저울질 중인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해 윤상현·안철수 의원 등 다양한 주자들이 출마하는 ‘용광로 전대’를 만들어 차기 당 대표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주혜 비대위원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전당대회 룰을 조속히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황 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을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주로 당 지도부 의견을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잘 새겨 국정 운영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이에 “전당대회 준비 등 당 현안을 차질 없이 챙기는 한편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당정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만찬은 총선 참패로 여당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중책을 맡은 새 지도부에 윤 대통령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 마련됐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비대위가 공식 출범하자마자 초대한 것은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고, 문제를 풀기 위해 여당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당정이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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