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멕시코가 갱단의 암살과 협박에 비상이 걸렸다. 벌써 후보자가 20명이 넘게 피살되는 등 정치권과 시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조직범죄 집단들이 멕시코 선거를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며 올해 선거는 멕시코 현대사에서 가장 치명적인 선거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윌리 오초아는 자신의 지역구인 멕시코 남동부 치아파스주에서 이동할 때 경호원을 거느리고 방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탄다. 주 방위군과 경찰이 동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멕시코에서 상원의원에 출마할 때 겪는 일”이라며 “(출마자들이) 매 순간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선거 유세 후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렀을 때 오토바이를 탄 무장 괴한들이 총격을 가해 급히 피신했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이번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가 20명 넘게 피살됐고 수백 명의 후보자가 선거를 중도 포기했다. 400명 이상의 후보자가 연방 정부에 경호팀을 요청했다.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후보자를 당선시키거나 적대적인 후보를 없애려는 조직범죄 단체들의 협박과 암살이 활개치면서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한때 미국으로 마약을 밀수하는 데 중점을 뒀던 멕시코 범죄조직들은 지금은 불법 이민을 주선·실행하고 기업을 갈취하는 등 범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멕시코 일부 지역에서는 범죄 집단이 정책을 바꿀 수 있을 만큼 막대한 권력을 행사한다고 WP는 전했다.
이들 지역에 출마하는 주지사와 국회의원 후보들은 목숨을 걸고 선거를 치르는 셈이다.
멕시코 중서부 미초아칸주에 있는 인구 8만 명의 마라바티오에서는 시장 후보 3명이 잇따라 살해됐다.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살해 위험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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