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영화 축제 중 하나인 칸 국제영화제가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에서 개막하는 가운데 한국 영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박찬욱·봉준호·홍상수 등 거장들의 작품들이 칸에서 사랑을 받아 왔고, 지난해에도 주목할 만한 시선과 비평가주간 등에도 초대됐지만 올해 한국 영화계는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한 칸 영화제를 맞는 분위기다. 영화계에서는 “칸에 입성하는 것이 영화계의 흥망성쇠를 가르는 지표는 아니지만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재도약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13일 영화계에 따르면 올해 칸 경쟁부문에서 한국 영화는 한 작품도 초청받지 못했다. 2022년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이 경쟁부문에 초청받았고 지난해에는 ‘화란’이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받았지만 올해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영화계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하는 비평가주간과 감독주간에도 국내 작품은 찾아볼 수 없다.
올해 한국 상업영화 중 칸 입성에 성공한 작품은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베테랑2’ 뿐이다. 류승완 감독과 황정민, 정해인은 20일 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리는 레드카펫과 월드 프리미어에 참여한다.
전 세계의 영화학도들이 만든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섹션인 ‘라 시네프’ 부문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재학 중인 임유리 감독의 ‘메아리’가 초청받았다. ‘메아리’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술 취한 청년들에게 쫓겨 금지된 숲으로 도망친 옥연이 여성으로서의 삶의 진실을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선택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의 유산들을 기리는 과거의 명장이나 관련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칸 클래식’ 부문에는 다큐멘터리 ‘청년, 동호’가 이름을 올렸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창설한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해 경쟁부문은 없었지만 7개의 작품을 칸에 보낸 것에 비교하면 올해는 분명 아쉬운 실적이다. 특히 제작·투자·배급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 영화계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작품성과 스크린 독점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는 점은 한국 영화계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올해는 예산 문제로 매년 칸에서 열리는 ‘한국영화의 밤’ 행사도 열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글로벌 영화계와의 교류의 문도 닫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업성만을 추구할수록 오히려 작품의 다양성이 줄어들어 경쟁력은 더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올해 칸에서는 전 세계의 쟁쟁한 작품들이 시네필들을 기다리고 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메갈로폴리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더 슈라우즈’ 등이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주목할 만한 시선에는 중국의 ‘검은 개’, 일본의 ‘나의 햇님’ 등이 초청됐다. 올해 심사위원장은 ‘바비’의 그레타 거윅 감독이 맡는다. 공로상인 명예 황금종려상은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배우 메릴 스트립과 함께 일본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지브리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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