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1인 체제로 급속히 퇴행하고 있다. “이 대표가 연임해야 한다”며 릴레이 추대론을 제기하는 민주당 친명계 인사들의 여론몰이는 비민주적인 행태다. 박지원 당선인은 13일 라디오에서 “지금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아무런 이의가 없고 당내에서도 당 대표 도전자가 없다”며 노골적으로 연임론을 폈다. 이에 앞서 차기 당 대표 주자로 거론됐던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소셜미디어에 “부디 이 대표께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썼다.
이 대표 연임 시도는 당헌 위반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 대표 연임 전례도 있다. 그러나 ‘이 대표 연임’을 대세로 굳히려는 시도는 당내 경쟁자의 출마를 사실상 봉쇄하는 것으로 정당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개딸’을 비롯한 강성 지지층들은 독자적 출마를 시도하려는 인사들을 압박하려 할 것이다. 만일 대세몰이로 당내 이견을 묵살하고 이 대표가 추대 형식으로 당 대표를 연임하려 한다면 ‘사법 리스크 방탄용 출마’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힌 이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에도 2022년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압도적 지지로 당 대표에 당선된 뒤 4·10 총선 공천을 통해 ‘이재명 당’으로 거의 완성시켰다.
‘찐명’ 박찬대 원내대표를 찬반 투표로 뽑은 데 이어 국회의장까지 강경파 추미애 당선인을 사실상 추대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도 좋지 않은 징후다. 특히 국회의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뜻인 ‘명심(明心)’이 전달되면서 조정식·정성호 의원 등이 경선 후보에서 사퇴했다. 심지어 친명계 일각에서는 ‘국회의장 경선 완주 의지’를 밝힌 우원식 의원을 향해 “비명(비이재명)계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결단해야 할 것”이라는 협박 발언까지 나온다. ‘명심’이 당내 경선까지 좌지우지하는 정당으로 전락한다면 과연 민주정당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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