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조선업 종합 경쟁력에서 중국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중국이 2000년대부터 국가 주도의 ‘해양 굴기’를 강력하게 추진한 반면 한국은 만성적인 생산 인력 부족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13일 산업연구원의 ‘한국형 해양 전략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조선업 가치사슬 종합 경쟁력에서 88.9로 중국(90.6)에 밀렸다. 산업연은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공정 경쟁 규범에 묶인 가운데 중국이 국영 조선사를 중심으로 종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불균형한 환경을 한계로 지적했다.
여타 산업 전반의 기술력에서도 중국의 추월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이날 내놓은 ‘2023년 산업기술 수준 전문가 설문조사(대기업·공학회 소속 2722명 대상)’ 결과 한국은 미국의 산업기술을 100으로 할 때 88.0%(기술 격차 0.9년)로 중국의 83.0%(〃 1.2년)에 불과 0.3년 앞섰다. 국가전략기술 전문가들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을 제외하면 인공지능(AI), 우주·항공·해양, 양자, 첨단 로봇, 전기차·첨단 모빌리티, 2차전지, 첨단 바이오, 사이버 보안 등에서 한국이 중국에 뒤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이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2021년 조사 때의 0.8년에서 1개월 이상 더 벌어진 것도 큰 문제다.
중국은 산업 패권 강화를 위해 불공정 논란도 무시하고 자국 기업 지원에 총력을 쏟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은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도 중국을 압도할 만한 강력한 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 당장 조선업에서는 중국의 해상 패권 확대에 대한 우방국의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 환경 변화를 포착해 한국형 해양 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한 첨단산업의 초격차 기술 확보다. 산학연 협력과 교육 혁명을 통한 ‘선도자’로의 도약과 우수 인재 육성도 절실하다. 우리나라가 첨단기술 전쟁에서 낙오하지 않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내려면 민관이 혁신 산업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산학연정(産學硏政) 모두가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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