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대학교를 중심으로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거세지며 보수주의자 사이에서 ‘편향된 대학 교육’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대학교 강의가 이른바 ‘깨어 있는(워크·Woke)’ 주제와 관련된 경우는 1000건 중 1건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비영리 단체 ‘오픈실라버스(Open Syllabus)’가 미국의 약 4000개 고등교육기관의 560만 개 강의계획안을 조사한 결과, 비판적 인종 이론(CRT)이나 구조적 인종주의 등 미국 문화 전쟁의 도화선으로 여겨지는 ‘다양성과 형평성 및 포용성(DEI)’를 언급한 강의는 전체의 0.08%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트랜스젠더와 같은 민감한 주제와 관련된 강의안도 비중이 매우 낮았다.
FT는 “이 수치는 지난 1월 지나친 DEI를 이유로 모교인 하버드대학에 기부를 중단한 켄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우파 공화당원과 유명 기업인들이 미국 교육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상황을 반박한다”고 말했다. 앞서 켄 그리핀은 FT와 인터뷰에서 “일부 대학 캠퍼스의 내러티브는 시스템이 조작되고 불공정하며, 미국은 조직적인 인종 차별과 조직적인 불공정에 시달리고 있다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픈실라버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4년제 학사 및 석사 학위 과정에서 DEI 또는 구조적 인종차별을 언급하는 강의는 0.12%에 불과했다. 또 공개된 하버드 강의계획서 중 구조적 인종차별을 언급한 강의도 0.37%에 불과했고 컬럼비아는 0.32%에 그쳤다. 오픈실라버스의 창립자인 조 카라가니스는 “대부분 대학 커리큘럼은 매우 느리게 진화한다”며 “우리 데이터에 따르면 적어도 단기 및 중기적으로는 정치적·문화적 변화에 매우 둔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FT는 미국 대학의 독서 목록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상위 10권의 책의 저자 역시 플라톤과 칼 마르크스, 셰익스피어 등이라고 밝혔다. 또 CRT와 같은 이론이 강의 중 언급되더라도 해당 사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하기에 그 역할이 과대평가될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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