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안보 전략이 다수의 양자 동맹을 구축하는 ‘허브 앤 스포크’에서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와 같은 핵심 동맹국과의 소다자 협의 틀을 구축하는 ‘격자형’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한·미·일 밀착이 이 같은 전략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평가가 나왔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아산플레넘 2024 기조연설에서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격자형’ 구조로 다자 동맹을 촘촘히 다져 안보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의 미래: 번영과 안보’를 주제로 개막한 아산플레넘 2024에서는 아시아 안보 구조 변화, 지역의 경제 질서, 안보 문제, 그리고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아시아 안보와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담당조정관을 겸하고 있는 캠벨 부장관은 한미일 3국이 안보를 넘어 경제, 정치 등으로 파트너십을 넓히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인태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며 두 동맹 모두 안보 중심 관계에서 진정한 포괄적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전환됐다”며 “한국과 일본 미국은 서로 얽혀있고 중첩되고 맞물려 있는 격자 울타리 배열을 구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캠벨 부장관은 한미일 3국 협력 강화가 가능했던 배경엔 한일관계 개선이 큰 역할을 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마이클 그린 시드니대 미국연구센터장은 나아가 한미일 밀착이 ‘아시아판 나토’로 확장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중국에 대항해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오커스와 함께 아태지역의 집단 안보체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아시아판 나토에 대해서 ‘절대 안 되는 것은 없다(Never say never)라고 말하고 싶다”며 “10년전에는 좋은 전략이 아니었지만 중국의 조치와 입장에 따라 필요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가오는 미국 대선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미국 외교젼략의 변화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 재단 창업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정치·국제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더 생겼다”며 낙관적으로 전망하면서도 한미간 방위비 분담 이슈에서는 “한국의 부담을 늘리기 위해 압박 수단을 찾으려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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