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주주총회 개최, 배임 행위 소송 등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양쪽으로 의견이 엇갈린다. 최대한 양보한 하이브에 비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민 대표를 비난하는가 하면 힘없는 종업원들을 대변하며 대기업에 맞서는 민 대표를 옹호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어느 한쪽의 잘잘못을 떠나 큰 틀에서 보면 잠재돼 있던 한국 K팝 산업의 문제가 노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한류 붐과 BTS의 등장으로 K팝의 몸집이 커졌으나 경영관리적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 특히 한국 K팝은 아티스트로서 창업자가 오랫동안 운영하다 보니 전문적인 경영 시스템이 정착되기 어려웠다. 이제 규모가 커진 만큼 이에 맞는 인적 및 사업 관리와 같은 내실을 다질 때다.
히트드리븐(Hit-driven) 특성을 가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소수의 창의적 창작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의 성패가 이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들을 지나치게 통제하면 창의성이 소멸되고 지나치게 자율성을 부여하면 조직의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자율과 통제 사이의 적당한 선에서 인적자원 관리의 범위가 정해져야 한다. 결국 창작자에게 목표를 부여하고 그 범위 안에서는 최대한 자율을 허용하는 것이 정답이다. 물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른다.
창작자에 대한 보상도 어려운 문제다. 일반 기업과 달리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소수의 능력 있는 창작자에 대한 보상과 동기 부여는 재무적인 것만이 아니라 무형적인 것이 병행돼야 한다.
K팝 기업의 레이블 사업 전략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하이브는 레이블을 인수하고 발굴해 기업 규모를 키우고 개성 있는 가수를 육성했다. 미국의 유니버설 등 음악 메이저들도 독립 레이블들을 발굴하고 흡수해 아티스트 발굴, 제작과 배급을 포함한 퍼블리싱, 마케팅, 프로모션 등의 수직적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철저한 독립성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운용의 묘가 부족하다. 자칫 레이블 관리가 무분별한 이익 창출만을 위해 운영되거나 지나친 흥행만을 위한 음악을 본사에서 계속 요구한다면 레이블 특유의 음악적 특색을 잃거나 음악적 수준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레이블 사업 관리도 독립과 통합의 적정한 선에서 관리돼야 한다.
규모가 커질수록 K팝 기업 경영은 쉽지 않다. 변혁기를 맞이한 K팝 산업은 이제 K팝 창작자에 대한 자율과 통제 사이의 운용의 묘, 레이블 관리에 있어 독립과 통합 사이의 운용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물론 최고경영자의 몫이다.
끝으로 이번 사태는 오래 끌어서는 K팝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측이 서로 흠집을 내면 낼수록 비례해서 K팝의 이미지는 실추된다. 헤르만 헤세의 저서 ‘데미안’에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는 명언이 있다. K팝이 지금은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알을 깨고 나오면 하늘을 날 수 있다. 그러나 성장을 향한 통증이 지나치게 커지면 알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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