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미국의 4월 물가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가가 조금씩 떨어지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다만 연준이 목표로 하는 물가 수준에 도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금리 인하는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15일(현지 시간)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수치를 발표한다. 2023년 4월 CPI와 비교했을 때 3.4% 올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전망이다. 올 3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4월 물가는 소폭 둔화 조짐을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미국 CPI는 최근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올해 미국 경기가 침체 양상을 보이면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 가까이 내릴 것으로 봤던 당초 전망이 크게 빗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CPI가 예상을 넘어서는 등 쉽게 떨어지지 않는 ‘끈적거리는 물가(sticky price)’는 연준의 금리 결정에 최대 변수가 됐다. 일각에서 금리 인상 기조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됐지만 4월 고용지표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다. 4월 물가지표가 전망치에 부합할 경우 금리 인하 기대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증권사 TD시큐리티는 “4월 CPI 보고서는 올해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주식과 채권시장에서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감지된다. 특히 금리 인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미 증시와 국채 시장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 금리 인하 기대가 식으면서 하락세를 보였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의 경우 이달 들어 4.27% 올라 3만 9430선까지 회복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4월 말 연 4.7%를 넘어섰지만 최근 연 4.4810%(13일 기준)까지 내려갔다. 채권금리가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WSJ는 “많은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주거비용지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점차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뉴욕연방준비은행이 공개한 4월 기대 인플레이션 수치는 통화 당국의 물가 제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뉴욕연은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향후 1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물어본 결과 3.26%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11월(3.36%)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미래 인플레이션이 높다고 예상되면 현재 재화와 노동시장에 영향을 끼쳐 장기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된다. 이날 발표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 역시 전월 대비 0.5%로 전문가 예상치(0.3%)를 웃돌아 연준의 행보에 제약이 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P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도 2.2%로 3월(2.1%)보다 가팔라졌다. PPI는 연준이 물가 기준으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의 선행지표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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