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에서 단독 과반인 171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76년 헌정사를 다시 쓸 결정을 16일 내린다. 당선인 총회에서 22대 국회 전반기 2년을 담당할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하는데 추미애(6선·경기 하남갑) 전 법무부 장관의 당선이 확실시돼 헌정사상 첫 여성 입법부 수장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추 당선인과 5선의 우원식 의원 간 대결로 16일 국회에서 차기 국회의장 후보를 뽑는다. 우 의원이 경선 완주 의사를 피력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물론 당내 강경파 의원 모임인 ‘처럼회’ 등도 추 당선인을 지지해 사실상 추대 분위기가 조성된 상태다. 우 의원이 경선 직전 사퇴할 가능성도 여전할 만큼 추 당선인의 국회의장 후보 지명은 초읽기에 돌입했다. 추 당선인이 원내 1당의 차기 국회의장 후보로 지명되면 다음 달 초 열리는 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으로 공식 선출된다.
국제의원연맹(IPU)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여성 국회의장 비율은 23.8%(64명)로 적지는 않다. 하지만 이들 여성 의장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 집중돼 있다. ‘민주주의의 고향’이라 불리는 미국조차 의회를 대표하는 하원의장을 여성이 맡은 것은 2007년 낸시 펠로시 전 의장이 유일하다. 양원제인 일본도 실질적 대의 기구인 중의원 의장은 남성의 전유물로 여성 의장이 나온 적이 없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전히 여성으로서는 국회의원조차 되기 쉽지 않은 정치 구조에서 추 당선인은 30년 가까운 정치 경력의 신념 강한 정치인”이라며 “여성 국회의장으로서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여 여의도 정치에 새바람을 일으킨다면 국민들의 여성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의 수장인 국회의장은 대통령에 이어 국가 권력 서열 2위다. 국회의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별도 공관을 제공받게 돼 추 당선인은 대통령과도 ‘이웃사촌’이 된다. 또 국회 예산권과 함께 장관급인 국회 사무총장을 필두로 국회도서관장·입법차장·사무차장(차관급) 등의 인사권도 갖는다. 기존 보좌진에 비서실장(차관급)과 1급 수석비서관 3명 등 20여 명의 별도 보좌 인력을 둘 수 있다. 천재지변 및 국가 비상사태 등 필요에 따라서는 국회의장이 법률안의 ‘직권상정’도 할 수 있다.
추 당선인이 국회의장에 공식 취임하면 향후 정국에도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추 당선인은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다”라고 단언하며 192석의 범야권 의석수를 앞세워 ‘강한 입법부’를 예고한 바 있다. 특히 법무부 장관 시절 ‘추·윤 갈등’으로 불리며 윤석열 대통령과 악연을 맺은 만큼 두 사람 간 향후 관계도 주목된다. 추 당선인은 국회의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 시절에 주도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언급했는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야당의 입법 독주를 지원하며 강변 일변도로만 국회를 운영할 경우 정치적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추 당선인이 조화로운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자신의 강경 이미지만 살려나가면 모두가 불행해지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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