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방 정부가 전국 모든 가정에 27만원의 에너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치솟는 에너지 요금에 따른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인데 부자에게도 동일 액수를 지원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호주 AAP 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2024∼2025 회계연도(2024년 7월∼2025년 6월) 예산안 발표를 통해 모든 가정에 300 호주달러(약 27만2000원)의 에너지 보조금을 나눠주기로 했다.
호주 정부는 2023∼2024 회계연도(2023년 7월∼2024년 6월)에는 소득을 기준으로 약 500만 가구에 에너지 요금 감면 정책을 도입했지만, 다음 회계연도에는 소득 기준 없이 모든 가정에 보조금을 나눠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모든 가구가 분기마다 75호주달러(약 6만8000원) 감면된 에너지 요금 청구서를 받게 된다.
호주 정부가 대규모 에너지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오르고, 노후 석탄 화력 발전소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공급 부족 현상에 전기 요금이 급등한 영향이다. 호주 에너지감독청(AER)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2년 연속 전기 요금이 20% 이상 뛰었다.
일각에서는 이런 보편적 복지 혜택이 필요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소득 기준 없이 '억만장자'까지 모든 가구에 지원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앨버니지 총리는 아침 시사 프로그램에서 호주 최고 부호인 지나 라인하트에게도 보조금이 필요하냐는 질문을 받자 "지나도 소득세를 납부하는 만큼 혜택을 받게 된다"라며 보편적 복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야당은 정부의 구제 조치를 지지한다면서도 과도한 복지 정책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예산을 편성했다고 비판했다. 피터 더튼 야당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예산안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금리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어야 했다"며 "전 가정에 300호주달러를 나눠주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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