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당내 경선에서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우 의원은 이날 과반 득표로 경쟁자인 6선의 추미애 당선인을 꺾었다. 이에 앞서 당 지도부는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이 적극 지지하는 추 당선인을 의장 후보로 사실상 추대하려 한다는 의혹을 샀다. 당초 의장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친명계 조정식·정성호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이재명 대표의 의중에 따른 것 아니냐는 논란을 초래했다. 추 당선인도 “당심이 곧 명심(明心·이 대표의 의중)이고 명심이 곧 민심”이라고 말해 의혹을 키웠다. 오죽하면 같은 당의 우상호 의원이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 자리인데 구도 정리에 (당) 대표가 관여하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겠는가.
우 의원은 다수당의 후보이므로 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이변이 없는 한 국회의장으로 최종 선출된다. 그는 추 당선인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강경한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우 의원도 친명계 보스 정치를 옹호하는 ‘방탄 의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우 의원은 경선 승리 직후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중립은 몰가치가 아니다, 국회의장은 단순한 사회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15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 대표로부터 ‘국회는 단호하게 싸워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정감 있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형님이 딱 적격’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해 ‘명심’ 논란을 증폭시켰다.
22대 국회의 의장은 어느 때보다 높은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고 있다. 여소야대 체제에서 심화된 극한 대립에서 벗어나 정치를 복원하고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 등 시급한 국가 과제와 관련된 입법 현안을 풀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해 당적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우 의원도 해당 조문의 뜻을 되새겨 ‘명심’이 아닌 중립 원칙을 지키며 협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22대 국회가 ‘최악 국회’로 비판받는 21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 않고 경제·민생 살리기를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는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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