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치매와 뇌전증, 우울증과 같은 뇌 질환을 확산·악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서 환경적 요인이 질병 유병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입원, 장애 및 사망 관련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폭염과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주요 신경질환과 정신건강장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히기 위해 19개 신경질환에 대한 환경 영향을 조사한 322건의 신경과학 논문을 분석했다.
또 정신질환이 신경질환과 동반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을 고려해 우울증, 불안, 정신분열증 등에 대한 연구 결과도 함께 수집해 분석했다.
그 결과 날씨가 증세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질환별로 달랐지만 대부분의 경우 유병률 증가 및 증상 악화와 광범위한 연구 결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날씨가 더워지면 뇌졸중이나 더 치명적인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수면부족을 유발해 뇌전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0~2019년 새 미국 보험사에 접수된 보험금 청구사례를 분석한 논문에서는 더위가 극심한 날에는 정신건강 문제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 수가 증가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체내 체온조절에 영향을 미쳐 신경계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UCL 퀸 스퀘어 신경학 연구소의 산제이 시소디야 교수는 “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좁은 온도 범위를 유지해야 한다”며 “뇌에 질환이 있으면 뇌의 체온조절 능력이 손상된다. 신경질환이 있는 사람이 극심한 열파에 노출되면 이는 신경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신경기후 워킹그룹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신경과학자 버신 이키즈는 기후 온난화에 대한 뇌의 반응으로 생기는 손상은 증상이 가시적일 땐 이미 늦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간의 뇌가 열이 오르면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데 이는 염증을 일으키거나 인지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형태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가장 우려되는 건 2050년까지 신경질환자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점뿐 아니라, 그런 현상이 70∼80대가 아닌 40~50대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우리의 뇌는 고온과 오염, 미세플라스틱 등 여러 스트레스 요인에 폭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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