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대 전투기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최근 북한과 가까운 공군 강릉기지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져 군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각 전투비행단의 새 전투기 수용 규모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강릉 전투비행단(18전비)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특히 KF-21의 강릉기지 배치는 F-5가 현재 공군에서 맡는 역할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강릉기지는 현재 F-5 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F-5는 도입 40년이 넘은 노후 기종으로, 다른 최첨단 항공기들과 비교해 비행 준비에 드는 시간이 짧은 덕분에 신속한 이륙 및 공중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북한과 가까운 강릉기지에 배치돼 있다.
KF-21의 블록-1 물량은 공대지(항공기에서 발사돼 적 육상 목표물을 파괴하는 미사일)미사일를 제외하고 공대공(항공기에서 발사돼 적 항공기를 격추시키는 미사일) 무장이 장착 가능한 상태에서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이에 남부의 후방 지역에 배치할 경우 유사시 KF-21의 공대공 역량을 즉각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적어진다. 따라서 공군의 최전방 기지 중 하나인 강릉기지에 배치해 유사시 북한 항공 전력의 공중 도발에 초기 대응하는 역할을 맡기는 쪽이 효과적이다.
KF-21은 개발 단계에 따라 블록1, 블록2, 블록3로 나뉘며 각각 사양이 다른데, 블록1에는 공대지미사일 장착이 어렵다.
KF-21, 강릉 배치해 유사시 초기 대응
KF-21은 지난 3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올해 20대, 2025년 20대 등 이른바 ‘20+20’ 방식의 양산 계약 체결이 결정됐다. 2026년 실전 배치된다. 통상 1개 전투비행대대를 전투기 20대로 구성하는 공군 전례를 따르면 KF-21 2개 대대가 순차적으로 강릉에 배치될 전망이다. 현재 강릉에 주둔하는 F-5 전력은 또 다른 F-5 운용 기지인 수원 공군기지로 이전해 퇴역 전까지 기존 임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KF-21 배치가 최종 결정되면 강릉기지는 F-5가 이동한 뒤 KF-21 배치를 위한 기지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KF-21은 전장 16.9m, 전폭 11.2m로 각각 14.5m, 8.1m의 소형·경량 전술기인 F-5보다 덩치가 큰 기체인 만큼 격납고 등을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공사 기간에는 강릉기지에 조종·정비 인원이 주둔할 필요가 없으므로 기지 운영과 유지를 위한 최소 인원만 남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현재 준장이 맡는 비행단장의 계급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연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하는 주력 전투기의 보유 대수와 배치는 어떻게 될까.
우선 공군 기지의 구성을 살펴보자. 훈련기를 빼고 공격용 전투기만 본다면 공군 전투비행단 1개 대대는 보통 4개 편대를 기준으로 짜여지지만 부대 임무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1개 편대는 4대의 전투기로 구성된다. 이에 1개 대대는 18~24대의 전투기를 보유한다.
국방부가 발행한 ‘202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공군이 운용하는 공격용 전투기는 410여 대다. 그렇다면 한반도는 그리 넓지 않는 국토를 갖고 있지만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 상태라는 특별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우리 군의 전투기 보유대수 적정 수량은 몇대 일까.
군사 전문가들은 430여 대라고 평가한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한미연합사령관에에 연합공군사령부 전력의 계획된 능력을 제공하도록 하는 3일간의 ‘기 계획된 통합임무명령서(Pre-ATO·Pre-positioned AirTasking Order)에 정해진 공군 전투기 출력 횟수를 충족할 수 있는 전투기 대수가 430대로, 이 수치가 평시 운용해야 할 보유대수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실제 조관행 공군사관학교 군사학과 교수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한 한국 공군의 적정 전투기 규모 도출 방법에 관한 연구-공세 작전에 필요한 소요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국방연구원은 안보환경을 고려해 적정 전투기 보유대수를 430여 대로 규정했다.
전투기별 배치 현황은 어떨까. 우선 원주 제8전투비행단은 FA-50 2개 대대, 예천 16 전비에는 FA-50 1개 대대와 TA-50 1개 대대가 있다. 수원 제10 전투비행단은 F-4E 1개 대대, KF-5E/F 2개 대대를 운용 중이다. 강릉 제18 전비에는 KF-5E/F 2개 대대, 충주 19 전비는 KF-16 1개 대대, F-16 2개 대대로 구성됐다.
서산 20 전비에는 KF-16 4개 대대가, 군산 38 전비에 KF-16 1개 대대가 배치돼 있다. 여기에 대구 제11 전투비행단은 F-15K 3개 대대, 청주 17 전비에는 F-35A 2개 대대가 운영되고 있다.
공군, 적정 전투기 보유대수 430여대
전투기 430여 대 구성은 하이(High)급 전투기 100대, 미디엄(Medium)급 200대, 로우(Low)급 130대다. 보유대수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 공군이 주력 전투기는 F-15K와 KF-15 전투기다.
F-15K 주둔지는 대구 11전투비행단(11비)이다. 하이급 주력 전투기라고 할 수 있는 F-15K는 61대를 수입했고 이 가운데 2대가 추락해 현재 59대가 운용 중이다. F-15K는 공군에서 ‘슬램 이글’이라는 이름을 명명했다. 전폭기인 만큼 공대공, 공대지 임무를 모두 맡는다. 한국 공군의 요구에 따라서 하푼 블록2 공대함 미사일, SLAM-ER 공대지 미사일 운용 능력을 갖췄다.
F-15 이글에서 파생된 전폭기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을 1990년대 기술로 업그레이드한 기체다. 해외로 판매된 F-15 계열기 중 처음으로 미군 사양보다 향상된 성능을 가져 도입된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는 동북아 공군 전술기 중 가장 강력한 제공 전투기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는 일본의 F-15J 개량형 및 F-35A, 중국의 J-20가 배치되면서 더 이상의 우위를 차지하지 못해 개량을 계획 중이다.
KF-16 주둔지는 충남 서산기지 20전투비행단(20전비), 군산기지 38전투비행전대다. 4세대 다목적 전투기 KF-16은 공군이 운용하는 보유 대수가 가장 많은 전투기로 160여 대다. KF-16 130여 대, KF-16PBU 30여 대로 알려졌다. ‘필승 보라매’라는 별명이 있지만, KF-5의 별명인 ‘제공호’ 만큼 알려지지 않았다. KF-21이 보라매라는 이름을 받으면서 인지도는 훨씬 떨어진다.
2016년부터 블록 32 사양의 F-16PB 기체들을 블록 52에 준하는 사양으로 개량해 이를 ‘F-16PBU’라고 부른다. 공군은 1981년 1차 피스 브릿지 사업(Peace Bridge I)으로 F-16C/D 블록30/32 40대(F-16PB)를 1986년부터 도입했다., 1989년 12월에는 2차 피스 브릿지 사업(Peace Bridge II)으로 F-16 블록50/52 120대(KF-16) 면허생산 계약을 체결해 1994년부터 도입했다.
최종적으로 3차 피스 브릿지 (Peace Bridge III) 사업을 통해 2003년부터 F-16 블록50/52 20대를 추가 도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추락 사고 등의 손실(F-16PB 6건 + KF-16 9건 = 총 15건)로 KF-16의 경우 C형 89대 + D형 42대로 총 130여 대를, F-16PBU C형 27대 + D형 7대 등 30여 대까지 더하면 공군은 현재 총 160여 대의 F-16 계열을 운용 중이다. 세계 6위의 보유 수량이다.
KF-16은 현재 성능 개량을 진행하고 있다. 2028년까지 130여 대 전체에 대한 개량이 완료될 예정이다. 성능 개량은 신형 AN/APG-83 AESA 레이더와 새로운 임무 컴퓨터, 전자전 장비, 향상된 조종간, JHMCS-II를 사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선 등이 이뤄진다. 성능은 F-16V(블록 70/72)에 준한다.
JHMCS-2 헬멧과 AIM-9X-2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을 연동하면 기축선 밖 표적 획득이 가능해져 근접 공중전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갖추게 된다.
우리 공군의 5세대 전투기 F-35A ‘프리덤 나이트’는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다. F-35A 스텔스전투기 주둔지는 충북 청주기지인 제17전투비행단(17비)이다. 공군은 F-35A를 40대 도입했다. 하지만 2022년 1월 독수리와 충돌한 뒤 동체로 비상 착륙한 5세대 최첨단 스텔스전투기 F-35A 1대를 수리 비용 과다로 도태시킬 예정이다. 수리 복구 비용은 약 1400억원으로 집계돼, 새로 구매하는 비용(약 1100억원)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F-35A는 39대를 보유하게 된다.
다만 군 당국은 2023년 12월 차기전투기 2차 사업으로 미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스텔스 전투기 F-35A를 추가 구매하는 계약(LOA:Letter of Acceptance)을 체결했다. 2027년부터 F-35A 20대가 추가로 전력화되면 우리 공군이 보유한 F-35A는 59대로 늘어난다.
스텔스 성능을 갖춘 F-35A는 최대 속력이 마하 1.8로, 전투행동반경은 1093㎞에 달한다. 공대공미사일과 합동직격탄 (JDAM), 소구경 정밀유도폭탄(SDB) 등으로 무장했다. 스텔스 기능으로 적지에 은밀히 침투해 핵과 미사일 시설, 전쟁 지휘 시설 등 핵심 표적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위력을 갖췄다.
추가 도입 F-35A는 내부무장 장착능력이 종전 대비 1.5배로 늘고, 레이저 유도 방식인 GBU-56(L-JDAM) 복합유도폭탄 등 새로운 무장도 장착하게 된다.
F-4 팬텀 20여대·F-5 100여대 보유
국산전투기 FA-50 ‘파이팅 이글’은 대한민국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개발해 생산한 초음속 다목적 경전투기/공격기다. FA-50 주둔지는 강원도 원주 제8전투비행단(8전비)이다. FA-50은 60대, FA-50으로 개조가 가능한 TA-20대를 보유 중이다. 미국 록히드 마틴사와 KTX-2 사업을 통해 만든 초음속 훈련기인 T-50 골든이글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FA-50은 TA-50에 위협보조 장비와 야간작전능력, 전술데이터링크, 정밀 폭격 능력을 추가한 개념이다.
FA-50에 적용된 레이더가 기존 AN/APG-67에서 이스라엘제 EL/M-2032 레이더로 변경됐다. 초기에는 미래전 환경을 고려해 빅슨 500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 탑재가 고려됐지만 수출승인 문제로 기계식 레이더로 최종 결정됐다. EL/M-2032 레이더는 다양한 공대공과 공대지 모드를 장착해 공격 임무수행에 적합하다. 합성개구레이더(SAR) 영상은 정밀유도무장과 결합해 FA-50의 임무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야간투시경(NVG)으로 야간공격 임무수행이 가능하도록 야간투시장치(NVIS)EH 추가해 야간작전 수행능력도 증대했다. 정밀유도폭탄으로는 GPS 유도무장인 합동직격탄(JDAM), 바람수정확산탄(WCMD) 등을 운용하는 게 가능하다.
게다가 최대추력 8톤급의 F404 엔진을 통해 최대 마하 1.5의 속도로 비행이 가능하다. 공대공·공대지미사일과 일반폭탄, 기관포 등의 기본 무장을 비롯해 합동정밀직격탄(JDAM)과 지능형확산탄(SFW) 같은 정밀유도무기 등 최대 4.5톤까지 탑재할 수 있다.
한편 올해 퇴역 예정인 F-4 팬텀은 20여 대, 2030년 퇴역 예정인 F-5는 100여 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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