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인사들을 상대로 ‘경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의 새 지도부·의원들과의 소통 접점을 만들고 4·10 총선 참패를 계기로 쇄신 요구가 분출된 여권을 향해 변화의 의지를 내보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여당과의 스킨십을 부쩍 늘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낙선·낙천한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했고, 이달 13일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를 초청해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전일에는 한남동 관저에서 수도권과 대구·경북 지역의 국민의힘 초선 당선인들과 만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들에게 당의 의견을 폭넓게 듣겠다는 뜻을 전하며 ‘민생을 위해 똘똘 뭉치자’는 당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역구 현안, 정부 정책이 주된 대화 소재였다”며 “윤 대통령은 주로 들으며 덕담으로 당선자들을 격려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여당 인사들을 만나선 발언을 자제하고 ‘경청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3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당이 중심이 돼 잘 해보자”며 향후 당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다변가로 알려진 윤 대통령의 기존 소통 태도와는 사뭇 달라진 것으로, 당정 관계와 국정 운영 스타일의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평가됐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소통 확대가 여당에 대한 영향력을 가져가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총선 참패 이후 비(非)영남권 인사, 낙선자들을 중심으로 쇄신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데 이는 윤 대통령이 정국을 풀어나가기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여소야대 정국 속 남은 임기 동안 국정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권 내부의 반발을 다독이며 이들과 우호적 관계를 조성해 둘 필요성이 무엇보다 큰 것이다.
특히 여당의 도움이 절실한 거부권 정국은 앞으로고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당장 21일 전후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 행사 시 특검법은 국회로 되돌아가 재표결을 거치게 되는데, 범여권에서 17표의 이탈표가 발생할 경우 부결 계획이 좌절될 수 있다. 물론 17개의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은 낮지만 유의미한 이탈이 발생할 경우 ‘정부 책임론’이 재점화되며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상처가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다음 달 본격 시작되는 22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추진을 벼르고 있는데,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의 의석수는 108석에 불과해 8명만 이탈해도 특검법이 통과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만남의 목적은 축하에 있다는 입장이다. 쉽지 않은 여건에서 당선된 의원들에게 수고 인사를 전하며 ‘사명감을 갖고 의정활동을 해달라’는 격려를 전하는 데 회동의 취지가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22대 국회 개원 전까지 부산·울산·경남, 충청, 비례대표 등 국민의힘 당선인들을 그룹 별로 나눠 식사 소통을 이어갈 방침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