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증여를 이유로 140억 원대 세금을 부과받았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항소심에서 23억여원의 세금이 취소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1-2부(김종호·이승한·심준보 부장판사)는 이날 조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 사장,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남대문·종로·용산·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뒤엎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는 과세당국이 2018년 한 그룹 총수 일가에 부과한 증여세와 종합소득세 총 140억여원 중 23억5000만원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세금 부과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적극적 부당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높은 가산세율을 적용하고 과세가능기간(부과 제척기간)을 늘린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 원고들이 이 사건 중고업체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은닉행위를 해 증여세의 부과 및 징수를 현저히 곤란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조 전 회장에 대한 종합소득세에 대해 10년의 장기 부과제척기간이 아닌 5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돼야 하고, 원고들에게도 더 낮은 가산가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8년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이 항공산업 관련 물품 공급을 중개하는 개인사업체를 설립해 가족을 공동사업자로 등록하고 회사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편법 증여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조원태 회장 등은 이후 "일가가 실질적 사업자이고 단지 경영에만 직접 관여하지 않았을 뿐인데 조양호 회장를 실질적 사업자임을 전제로 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중개업체의 실질적 소유자는 조 전 회장"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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