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인증이 없는 제품에 대해 ‘해외 직구’를 금지하겠다는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소비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는 정부의 해외 직구 금지 방침을 두고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완구류·전자기기 등 각종 팬덤이 모여 있는 X(구 트위터)에서는 “해외 직구로 물건을 조금이라도 값싸게 사려는 게 뭐가 문제냐” “같은 제품인데도 국내·해외 가격 차이가 벌어지니 직구하는 거 아니냐”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X의 실시간 트렌드에도 ‘직구 금지’ ‘직구 규제’ 등 관련 키워드가 나흘째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1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어린이·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KC 인증이 없다면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직구의 급증으로 대두된 안전 문제·소비자 피해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일부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지 않으면서 금지된 품목의 범위를 두고 혼란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제고 방안은 모든 어린이제품을 직구 금지 대상에 포함했는데, 이에 따라 완구를 즐겨 사용하는 일명 ‘키덜트족’이 직격타를 받은 것이다. 소규모로 해외 공장에서 인형 등 팬덤용 완구 제작을 맡긴 누리꾼들은 일제히 “환불하겠다”는 공지를 올렸고, 유아용품을 직구하는 맘카페와 전자기기 커뮤니티에서도 제한 품목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게 일었다. 지난 17~18일에는 광화문·용산 등에서 ‘직구제한 개인통관 제한조치 철회하라’는 피켓을 든 1인 시위가 다수 열리기도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오는 25일께 해외 직구 금지를 반대하는 100여 명 규모의 집회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발이 잇따르자 정부는 17일 “80개 품목 전체에 대해 해외직구가 당장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습에 나섰다. 세부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반입 차단 시행 과정에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공지 없이 뒤바뀌는 정부의 입장 전환에 현장에서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세사는 “발표 당시 정부는 6월 중 즉시 직구 금지를 시행하겠다는 논조여서 고객사에도 공지된 금지 물품에 대해 우선 안내 조치를 하는 등 혼란스러움이 있었다”면서도 “그런데 최근 언론 보도로 ‘당장 금지는 아니다’라는 입장이 나와 다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발표 이전 행정·입법예고가 선행되지 않아 소비자뿐 아니라 통관업계에서도 갑작스러움을 토로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도 ‘해외 직구 금지 조치’에 대해 거듭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의대 증원 논란에 이어 해외 직구 금지에 이르기까지, 설익은 정책을 마구잡이로 던지는 ‘정책 돌직구’는 국민 불편과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개인 해외직구시 KC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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