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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 다니는데"…정류장에 모인 시골 노인들, 사연 알고 보니

NEWS ONE 캡처




일본 한 시골 마을에 최근 설치된 ‘가짜 버스 정류장’이 화제다. 정류장 입간판과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벤치까지 설치돼 있지만 운행하는 버스는 한 대도 없다.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정류장은 만우절이었던 지난달 1일 미에현 메이와초에 세워졌다.

이 지역에서 노인 간병 사업을 하는 나카무라 히데토씨가 설치한 것으로, 시간표엔 버스 도착 시각 대신 ‘(오후) 12시엔 점심’ ‘15시엔 간식’ ‘허리를 숙이고 천천히 움직이세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메이와초는 인구 약 2만명 중 65세 이상 비율이 30%를 웃돈다. 저출생 여파와 젊은 층의 수도권 집중으로 평균 연령이 갈수록 올라가면서 노인 간병 업체들은 인력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치매가 있는 노인들이 자택에 머무르다 별안간 ‘집에 돌아가야 한다’ ‘회사에 가야 한다’며 가까운 정류장에서 아무 버스나 탑승해 실종되는 일이 최근 잇따랐다고 한다. 일본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발병률은 약 17%다.

가짜 정류장은 거리에 나선 치매 노인을 유도하고, 거기서 노인을 발견한 주민이 가족이나 경찰에 알려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세워졌다.

나카무라씨는 “평소 우리 사무실에도 치매 환자들이 ‘출근해야 하니 자전거를 빌려달라’며 대뜸 찾아오곤 한다”며 “이들의 안전한 귀가를 돕고 싶어 정류장을 설치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가짜) 정류장에 앉아 있는 노인이 보이면 먼저 말을 걸고 귀가를 도와 달라”고 홍보하고 있다.

일본의 치매 환자 실종 사건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실종자는 2022년 1만8709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2012년(9607명)과 비교하면 10년 새 배로 늘었다. 실종자 중 491명은 사망했다. 최근 메이와초의 가짜 정류장이 전국적으로도 화제가 되며 나카무라씨에게 조언을 구하는 간병 사업자들의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후쿠오카현에서도 비슷한 정류장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보도했다. 나카무라씨는 “치매 환자를 위한 ‘착한 거짓말’이 전국에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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