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중장년들은 이 사회에, 이 세상에 길들여진 이들이 대부분이죠. 그렇다 보니 자신에 대한 개성을 점점 잃어가고 어느 순간 외로움도 느낍니다. 이럴 때 글쓰기를 통해 그동안 표출하지 못했던 개성을 찾아보세요. 자신감도 생길 것입니다.”
에세이스트이자 문학평론가인 정여울(사진) 작가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고용노동부·노사발전재단이 주최한 ‘중장년 청춘 문화 공간’ 프로그램에 강사로 나서 중장년을 대상으로 글쓰기에 대해 강연했다. 17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정 작가는 “이번에 강사로 나선 행사는 중장년의 자존감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렸다”며 “인생 2막을 준비하거나 시작하는 중장년에게 있어 자신감·자존감 회복은 중요하고 이를 위해 글쓰기 활동을 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작가는 누구나 감수성을 가지고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를 잘 표출하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사람과의 소통, 물건 구입, 세상 소식 알기 등 모든 것을 기계로 해결하다 보니 세상을 보고 느끼는 감각이 떨어지고 결국 감수성과 예민함도 약해지고 있다”며 “감수성의 사전적 정의는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인데 이런 사전적 의미 외에도 감수성은 나를 스스로 돌아보고 내가 자신 있게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적인 힘”이라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모든 게 디지털화된 지금 우리에게 아날로그적인 생활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2000년대 전까지만 해도 종이로 된 신문과 잡지, 책을 봤지만 지금은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이 과거 종이로 나온 출판물들을 대체하고 있다”며 “종이 출판물을 멀리하다 보면 문해력이 떨어지고 이는 감수성 결여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감수성을 잃으면 자신감이 결여되는데 이런 현상은 비단 중장년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고 한다. 정 작가는 “학교에서도 강의 요청을 많이 받는데 학생들을 만나보면 많은 학생이 토론을 두려워한다”며 “토론이란 수학처럼 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토론을 피한다는 것은 결국 감수성과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작가는 감수성을 회복하고 자신감을 찾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추천한다. 그는 “글을 쓰고 남에게 당당하게 보여주는 것부터가 자신감 회복”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 작가가 특히 강조하는 게 ‘끝까지 글쓰기’다. 그는 “예를 들어 50세 넘어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한 게 아니라 피아노 연주 자체를 즐기고 또 누군가에게 자신의 연주를 들려주고 싶어서일 것”이라며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로 작가로 등단하기보다는 나의 느낌을 글로 표현하고 이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할 것인데 이때 자신이 시작한 글쓰기를 마무리하고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야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글쓰기’란 무엇이고, ‘끝까지 글쓰기’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우선 좋은 글쓰기는 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을 자유롭게 시나 소설, 산문, 에세이 등의 형식으로 표현하면 된다”면서 “중요한 것은 끝까지 쓰기인데 스스로 마감 시간을 정해 놓고 자신이 구상한 내용을 그대로 글로 옮겨 적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글쓰기를 할 때는 인터넷에 쉽게 올리는 식이 아닌 수정할 수 없는 종이 인쇄물에 글을 쓴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가벼운 글이 아닌 진솔한 글이 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평소 종이로 된 책과 잡지, 신문을 많이 읽는 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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