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17일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이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두둔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독대한 김 위원장이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며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북핵에 대해 ‘자기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위원장은 어떻게 하면 미국을 설득하고 (비핵화에 대한) 자기들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북미 정상 간 비핵화 협상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 “미국이 대선 국면에 들어가면서 움직이지 않았다”며 미국 탓을 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유화 정책을 펴는 동안 북한은 외려 핵·미사일 고도화에 주력하고 잇단 도발을 했다. 북미 협상과 남북 대화를 시간 벌기 수단으로 활용한 셈이다. 이번에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출간된 날에도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동해상으로 쐈다. 같은 날 김 위원장은 미국 본토를 겨눌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발사차량 생산 현장을 방문해 ‘핵무력 급속 강화’를 지시했다. 북한은 재래식 군사력의 현대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북 합작으로 북한 남포 일대에 설립된 평화자동차 공장마저 방사포 차량 등을 만드는 무기 공장으로 전환시켰다고 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평화를 선도하는 나라가 됐다”며 외교 성과를 자랑했다. 그는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영부인 시절 단독으로 인도 타지마할을 방문한 것을 두고 예비비 수억 원이 들어간 ‘외유성 출장’이란 논란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치켜세우면서 변호했다. 이러니 여당에서 ‘김정숙 여사 특검’부터 실시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남북 이벤트에 매달려 북한 눈치를 보느라 북핵 위기를 심화시켜놓고도 되레 자화자찬에 나서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의 안보·경제 실정에 대해 먼저 반성과 사과부터 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