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세 보증사고 규모가 2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연립·다세대)를 중심으로 전세사기와 역전세 등 후폭풍이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1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 9062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830억 원) 대비 약 76%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4조 4347억 원)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 건수는 3786건을 기록했다.
이 중 HUG가 전세금 반환을 요청받아 돌려준 돈(대위변제액)은 1조 2655억 원에 달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을 때 세입자는 보증보험을 통해 전세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HUG는 자체 자금으로 먼저 세입자에게 반환한 뒤 2~3년에 걸쳐 구상권 청구와 경매를 통해 보증금을 회수한다.
보증사고 규모가 커지면서 HUG의 대위변제액 회수율은 2019년 58%에서 지난해 말 14.3%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 대위변제액 회수율은 17.2%다. HUG 관계자는 “대위변제 이후 채권 회수까지 통상 2~3년가량이 소요된다”며 “최근 대위변제가 급증하는 추세라 당해연도 회수율이 10%대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경매 시장에서 빌라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점이 회수율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진행된 서울 빌라 경매 건수는 월평균 1244건으로 2005년(1590건) 이후 1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낙찰율은 2020년 평균 40%대에서 지난달 12.7%로 떨어졌다. 감정가 대비 낙찰 가격을 의미하는 낙찰가율도 올해는 평균 81.2%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60% 후반대까지 떨어졌던 서울 빌라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올해 들어 다시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 임대차 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지역 빌라의 전세가율은 평균 72.0%로 올해 1월(70.4%)부터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서울에서 빌라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서구(80.2%)였고, 구로구(79.0%), 관악구(77.8%), 중구(76.8%)도 높은 편이다.
빌라 전셋값은 여전히 하락세인 가운데 시세가 전세가보다 더 떨어져 전세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위변제액이 늘어나면서 HUG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HUG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조 8598억 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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