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 지원 과제 신청 첫날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이하 라이트재단)이 지난달 공고한 감염병 R&D를 위한 연구비 지원 과제 신청에 대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라이트재단은 보건복지부와 빌&멀린다게이츠재단, 국내 제약사들의 참여로 설립된 민관 협력 비영리 재단으로 과제당 4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과제를 공고할 때마다 바이오 업체들의 신청이 몰리기는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 봤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그만큼 바이오벤처들의 자금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국내 바이오 업계에 대한 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국가 및 기관 지원 과제에도 바이오벤처들이 대거 몰려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의료 업종에 신규 투자된 금액은 8844억 원으로 2022년 1조 1058억 원 대비 20% 급감했다. 국내 바이오 투자가 1조 원 이하를 기록한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신규 투자는 물론 기존 투자의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바이오벤처들의 자금난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기업들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지원 과제에 선정되는 것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 됐다. 일단 어떻게든 자금을 유치하려는 생존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심지어 소규모 바이오벤처가 지원하도록 만들어진 과제에도 중견 바이오 업체들이 뛰어드는 실정이다.
현재 지원 과제를 진행 중인 바이오 업체들도 올해 들어 줄어든 R&D 예산 이슈로 고민이 크다.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바이오 업체 대표들이 모이는 곳마다 R&D 예산 삭감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면서 “다행히 정부가 내년에는 다시 R&D 예산을 늘린다고 하는데 상황이 나아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