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한 지 20일로 3개월이 지나면서 이날까지 복귀하지 않은 고연차 전공의들이 내년 초 시행되는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내년 초 전문의 시험 응시 대상인 전공의 3·4년차 2910명이 자격을 잃으면 전문의 공급이 1년간 끊기고 특히 절반 가까운 인원이 필수의료 분야라 필수·지역의료 현장의 타격도 예상된다. 정부는 ‘신규 전문의 공백’에서 시작될 의료 시스템의 위기를 막기 위해 연일 전공의들을 향해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집단행동 전공의, 전문의 취득 시점 ‘1년씩’ 다 밀린다
정부·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공의 중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봐야 할 3·4년차는 2910명으로 이 중 48%인 1385명이 필수의료 분야다. 진료과별로는 내과 656명, 응급의학과 157명, 외과 129명, 소아청소년과 124명, 산부인과 115명, 신경외과 95명, 신경과 86명, 심장혈관흉부외과 23명이다. 이들 전공의가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잃어 신규 전문의가 나오지 않으면 필수·지역의료 쪽에 상당한 타격을 예상할 수 있다. 현재까지도 서울 시내 ‘빅5’ 상급병원을 비롯한 주요 수련병원마다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증 등에 관한 규정 및 시행규칙상 전공의는 매년 소화해야 하는 일정한 수련 기간이 있다. 매년 1월에 시행되는 전문의 시험을 치른 전공의들은 원칙적으로 2월 말까지 수련을 완료해야 하는데 공백이 발생할 경우 5월 말까지 최대 3개월의 추가 수련 기간을 채워야 한다. 현재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3·4년차는 20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추가 수련을 통해서도 이를 충족할 수 없는 만큼 1년이 지난 2026년에야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다.
전공의 수련은 연간 단위로 이뤄지는 특성상 한 번 공백이 생기면 쉽게 메우기 어렵다. 수련기간 공백 3개월을 초과하면 당장 전공의 1~3년차 연간 수련을 마치지 못하므로 전문의 자격 취득 시점이 밀린다.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 모든 연차의 전문의 자격 취득이 1년씩 지연되는 것이다.
전공의 “복귀 없다”… 정부는 “합리적 이성의 목소리 좇으라”
하지만 전공의들은 대체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반응으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시점이 1년 늦어지는 것도 각오한다는 분위기이다. 대부분의 전공의는 지난 2월 19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음날인 2월 20일부터 병원을 떠난 이후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2월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수련병원 100곳을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71.2% 수준인 8816명이 사직했고, 근무지를 이탈한 이는 7813명이었다. 한 서울 시내 ‘빅5’ 대형병원 관계자는 “아직 조용하다. 별다른 복귀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수련병원에 소명함으로써 추가 수련 기간이 일부 조정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전공의 복귀 시한을 8월로 예상하는 일부 의료계의 해석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근무지 이탈 기간에서 1개월을 공제하고, 휴일을 임의로 제외하거나 포함하는 등 임의로 산정해 복귀 시한이 8월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합당한 법 해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령 개정 등을 통한 구제책에 대해서도 “전공의들은 불법 상태로 근무지를 이탈해 있는데 정부가 먼저 이를 말하는 건 순서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차관은 내년도 신규 전문의가 없으면 “전체적인 인력양성 체계에 악영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대화를 표명하면서 조기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리적 이성의 목소리를 좇아서 용기 내 판단하고 돌아오면 된다”고 강조했다. 주요 병원들은 전공의들이 복귀를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고법, ‘대법관 회유 의혹’ 의협 회장에 “부적절한 언사”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재판장에 대해 ‘대법관 자리 회유 의혹’을 제기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에게 “매우 부적절한 언사”라고 지적했다. 서울고법은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며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라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임 회장은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재판장을 맡은 구회근 부장판사가 대법관직 자리를 주겠다는 정부의 제안에 회유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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