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해외칼럼]트럼프 재집권이 경제에 이익이라고?

캐서린 람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최근 금융업자들과 석유재벌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감세와 규제해제 등 단기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성급히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공공연한 독재자를 다시 권좌에 올릴 경우 그들이 감내해야 할 장기적 경제손실도 고려해야 한다.

얼마 전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맥케인 인스티튜트에서 민주주의와 경제의 긍정적 상관관계를 주제로 강연했다. 마찬가지로 브루킹스 인스티튜트의 수석 펠로우인 바네사 윌리엄슨도 지난달 민주주의의 퇴보에 수반되는 경제적 손실을 경고하고, 재계가 민주주의 체제의 방파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옐런과 윌리엄슨은 모두 민주적 제도와 경제적 고성장 사이에 느슨한 연결 고리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주의는 다른 정치제도에 비해 경제 번영에 불가결한 요소들을 개선하고 유지하는데 능하다. 법치주의 유지, 재산권 보호, 교육, 공중보건, 기반시설 등 공공재 공급은 물론 정책결정권자들이 그들의 친구뿐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책임을 지게 만드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과 폭력이 아닌 절충을 통한 분쟁 해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단순한 감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정치체제와 상관없이 상대방이 약속한 물건을 전달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해 책임을 묻는 제도적 보장이 없다면 누가 사적인 거래를 하겠는가? 국가가 아무런 명분없이 임의로 사유재산을 수용할 수 있다면 어떤 회사가 투자하려 하겠는가?

이와 관련해 옐런은 “법치주의는 매일 수 천 건의 경제관련 결정을 지원한다”며 “예컨대 내 집 마련 결정이 가능한 것은 법원이 집문서의 법적 효력을 확증해주기 때문이고, 사업확장은 담당관리에게 주는 뇌물의 액수가 아니라 개인의 근면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경쟁하기에 가능하다”고 딱 부러지게 설명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러시아나 중국 등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종종 흉내까지 내려 하는 독재자의 국가보다 미국이 사업하기에 좋은 곳으로 꼽힌다.



만약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업세 인상 제안을 받아든 기업 지도자에게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공하는 경제혜택은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 반면 트럼프는 구체적이고 구미 당기는 거래안을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기업인들과 흥정을 벌인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최근 그의 별장인 마라 라고의 만찬에 참석한 석유회사 총수들에게 초대형 감세와 환경규제 해제를 선거기부금과 맞바꿀 거래조건으로 제시했다. 트럼프는 그가 내놓은 제안의 경제적 가치는 자신이 기부를 요청한 10억 달러를 웃돈다며 “수지맞는 거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의 이러한 ‘거래 스타일’은 2021년 1월 6일 발생한 의사당 난입사건 이후 한동안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었던 억만장자 공화당 기부자들이 다시 그를 위해 기금모금 행사를 주최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뉴욕타임스의 매기 헤이버만 기자는 “2016년에도 트럼프에 대한 유사한 경고가 나왔다”며 “하지만 아직도 다수의 기업총수들은 특혜를 주고받는데 능한 그를 함께 일할 만한 상대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제 아무리 트럼프라 한들 권력남용을 억제하고 견제하는 장치가 내장된 민주주의의 기본틀마저 깨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업인들은 그들이 선호하는 악마와의 거래를 선택한다.

그야말로 순진하기 그지없는 발상이다. 트럼프는 쉽게 약속을 뒤집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은행은 물론 영세 계약업체, 정치적 동지와 그를 가까운 친구로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그의 말바꾸기와 약속 파기로 피해를 입었다. 자신에게 득이 된다고 생각하면 서슴없이 인간관계마저 파쇄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아무 거리낌 없이 거래 상대를 협박한다.

트럼프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싼 값에 매물로 나왔다고 광고하고, 러시아의 거부를 선망하는 일부 기업인들은 ‘민주주의 바겐세일’ 아이디어를 간접적으로 후원한다. 이런 거래에 참여하기 위해 러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얼마를 지불해야 할까? 베이징과 연계된 소셜 미디어 ‘틱톡’의 투자가는 트럼프의 마음을 바꾸는데 얼마를 지불했을까? 틱톡을 바라보는 트럼프의 시각은 최근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미국 기업인들과 초대형 기부자들보다 더 많은 돈을 뿌리는 외국의 경쟁자가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몇몇 재계 거물들은 민주주의를 금전적 이득과 맞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그들은 민주주의와 경제적 혜택 모두를 잃을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