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21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두 사람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VIP(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의 진위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한다는 전망이다.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김 사령관을 불렀고 오후에는 박 전 단장을 소환해 조사를 시작했다.
같은 날 두 사람을 동시에 부른 것은 'VIP 격노설' 진위를 밝히기 위한 대질 조사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으로부터 받은 지시 내용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지난 4일 김 사령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로 공수처에 출석해 15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출석한 김 사령관은 취재진이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말했는지', '장관의 이첩 보류가 외압이라고 생각했는지' 등 질문을 했지만 답하지 않고 출석했다.
오후 1시 30분께 박 전 단장은 해병대 정복 차림이 아닌 양복을 입고 와 주목을 끌었다. 양복을 입고 출석한 것은 상관과 대질신문을 준비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전 단장의 변호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저희는 대질(조사)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 해군 예비역 대령도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군 문화 특성상 정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수평적으로 대질신문에 임한다는 뜻일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다만 정복을 입고 온 김 사령관이 대질 신문을 거부하면 성사되지 않는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7~8월 해병대원 순직 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 전 단장에게 윗선의 외압을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지난해 7월 30일 박 전 단장은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수사 결과를 이 전 장관에게 보고했지만 김 사령관은 예정돼 있던 언론브리핑을 취소하고 부대 복귀를 지시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도 박 전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박 전 단장을 주장한다. 당시 박 전 단장은 김 사령관에게 이유를 묻자 'VIP가 격노하면서 (이종섭)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며 주장하며 사건이 일파만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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