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21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씨가 음주 후 뺑소니 사고를 낸 지 12일 만이다. 사고 직후 자수하는 ‘쉬운 길’ 이 있었지만 잇단 거짓말로 책임을 회피하려다 더욱 큰 논란에 휘말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씨는 이날 오후 2시께 검은색 BMW 차량을 타고 서울 강남경찰서에 도착했다. 김씨는 정문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을 피해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자진 출석한 뒤 팬들과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공개 발언을 할 기회를 직접 차단한 셈이다. 또한 입장문에서 김씨는 ‘원래 20일 조사가 예정돼있었지만 경찰 측 사정으로 일정이 연기됐다’고 주장했으나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애초 김씨 측과 출석 일정을 조율해 확정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이날 조사에서 경찰은 김씨의 음주와 운전의 전후 관계를 면밀히 파악하고 음주량과 김씨의 신체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위드마크(Widmark) 공식은 마신 술의 종류와 체중 등을 계산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것을 말한다.
온라인 상에서는 김씨가 계속 자신의 책임을 축소하려다가 되레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김씨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과 함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사고후 미조치 등의 혐의를 받는다. 김씨의 소속사인 생각엔터테인먼트의 이광득 대표, 매니저 A씨, 본부장 B씨도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함께 입건됐다. A씨와 B씨에게는 각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 혐의도 적용됐다. 법무부는 이들 4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린 상태다. 이 모든 상황은 사고 직후에 김씨가 경찰에 자백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경찰은 김씨의 자택과 방문한 유흥 주점 등을 대상으로 3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사건 당일 관계자들의 행적을 재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씨가 당시 탔던 차량 3대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강남경찰서는 전날 김씨의 소속사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사건 관련 증거물을 확보했으며 메모리 카드가 사라진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경찰 조사를 마친 뒤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수사 협조 여부와 증거 인멸 우려가 (신병 확보에)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